▲해발 3300m 송쿨호수의 화장실우리는 가끔 집단에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효정
사실 사람이 언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겠는가.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인간관계가 꼬였을 때, 그리고 잉여시간이 많을 때 아닌가. 혼자 여행을 다니면 말 시켜주는 사람이 없어서 잉여시간이 참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할 때 나는 누군가의 친구나, 직장동료, 아들이나 딸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여행자일 뿐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타이틀이 사라지고,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이조차 없다. 때문에 혼자 하는 여행은 온전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기도 하다.
이렇듯 나홀로 여행은 익숙해지면 쉽게 벗어나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여행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 짓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동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혼자 마음껏 산소를 들여 마시며 기뻐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처음 혼자 여행을 시작할 때는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할수록 '혼자여서 행복하다'라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여자가 혼자 여행을 한다고? <당신에게 실크로드>라는 책을 내고 사람들 앞에서 실크로드에 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2시간 동안 2천년의 시공간을 넘어 존재한 실크로드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는데 막상 돌아온 질문은 이런 종류였다.
"여자 혼자 어떻게 다녔어요?"
"잠은 어디서 주무셨어요?"
"무섭지 않았어요?"이렇게 아직도 여자 혼자 여행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미 혼자 여행을 떠나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흐름이다. 인터파크 투어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여행자의 31.6%가 혼자 여행을 떠났고 그 중 여성이 52.3%, 남성이 47.7%로, 혼자 여행하는 여성 여행자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더라도 어느 여행지에서나 혼자 여행하는 남성보다 여성을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이 혼자 여행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