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12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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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핫라인은 냉전 시대에 미·소 간의 의사소통을 촉진시킴으로써 분쟁을 막는 역할을 했다. 핫라인 설치를 통해 미국은, 오늘날의 북한보다 훨씬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당시의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핵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상대방한테 오해가 생길 때마다 두 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상대방의 진의를 확인하고 협력을 다짐하곤 했다.
그래서 핫라인 설치는 신중함의 증표로 해석됐다. 니콜라스 랴자놉스키의 <러시아의 역사>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쿠바 핵위기가 가져온 결과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나온 말이다.
"그 결과는 의심할 것 없이 평화공존을 위한 논거를 강화시켰고,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의 유명한 핫라인에 의해서 상징되는 것처럼 대외정책에서 신중함과 협의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핫라인은 군사행동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다섯 손가락을 뭉쳐 주먹을 쥐고 펀치를 날리기 전에, 다섯 손가락 중 일부를 사용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보도록 함으로써 주먹 쥘 일을 처음부터 차단했다. 그래서 신중함과 협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데 핫라인이 기여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처럼 핫라인만으로도 핵 위협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상설 연락사무소는 그것을 훨씬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핫라인에 비해 연락사무소는 연락의 빈도를 월등하게 높인다. 그래서 연락사무소는 한국 보수가 북핵 위협을 좀 덜 느끼도록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것이 상설화되면, 북한 지도부도 뭔가를 오해해 군부에 지시를 내리기 전에 연락사무소에 전화부터 걸어보는 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에 기여할 수밖에 없다. 서해에서 불측의 사태가 발발해 우리 해군이나 해병대 병사들이 희생되는 일도 막아줄 것이다. 서해에서 우리 어민들이 마음 놓고 조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도 보수는 연락사무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가 핵전쟁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자유롭게 하고 한국의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는데도 그러고 있다. 그들이 정말로 안보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익 차원에서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남북 간의 연락 빈도를 낮추는 게 신중한 일이다. 하지만 랴자놉스키의 글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20세기 세계 역사는 경쟁국 간의 연락 빈도를 높이는 게 신중한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핫라인도 그렇고 연락사무소도 그렇고, 연락의 빈도를 높이는 일은 안보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일이다. 그래서 '국익 차원'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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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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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막은 미국의 '핫라인'... 북한에도 이 전략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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