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엔 침묵, 민주당만 원망한다"? 이정미의 대답은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11]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록 2018.09.04 08:35수정 2018.09.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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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이정미 의원실 제공

지난 지방 선거 이후 정의당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이후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고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우클릭 논란'이 벌어지면서 지지율 상승은 이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류가 한풀 꺾였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 3일 CBS 의뢰로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발표한 주간 정례 조사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3%p 하락한 11.8%를 기록했다(총 응답자 전국 성인 2507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 응답률 7.3%, 조사방법 - 무선전화면접 10%· 무선 70%·유선 20% 자동응답 혼용, 조사기간 8월 27일~31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  

국회 여건은 녹록지 않다. 민주평화당과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으나, 노 원내대표 별세로 그 지위를 상실해 '정의당 패싱'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의당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8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이정미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안 전 지사 사건, 2심에서 바로잡히길 바란다"

- 어느덧 정의당 대표가 되신 지 1년이 넘었어요. 1년 동안 정의당 안팎으로 많은 일이 있어요. 2년 임기의 절반이 지났는데,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어떠세요?
"지난 1년은 지방선거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당 대표로서 지방선거를 달려온 과정이죠. 선거에서 당선자를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당의 지지율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더 힘을 갖는, 유력한 정당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획기적으로 많은 수의 후보를 내지 못했어요. 여전히 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간부층이 두껍지 않고, 지역의 조직도 튼튼히 구축해 나가는 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중요한 과제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 지지율에 비해 당선자는 적은 거 같은데.
"그 점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아쉬움인데요. 2014년과 비교해 봤을 때 아쉽게 낙선한 후보도 꽤 있어요. 당이 조금씩 자기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을 내지 못했어요. 여전히 단체장의 경우에는 양강 구도를 뛰어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고, 이걸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큰 과제라고 봐야죠."


- 취임할 때 정의당을 페미니즘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셨잖아요. 최근 미투 운동도 있었고, 불법 촬영 문제를 지적하는 시위도 크게 열렸습니다. 이런 흐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최근 여성들에게 가장 컸던 건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이었죠.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그동안 여성들이 겪은 성폭력과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가졌는데, 또다시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제가 얼마 전 이와 관련한 토론회도 했고, 다양한 성폭력에 대해서 개정 법률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서도 법률을 제출하는데요, 안 전 지사 2심 판결을 주목하고 있습니다(이정미 대표는 3일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편집자 주). 법률적인 미비가 있다 하더라도 '위력에 의한 간음'이란 해석을 보다 폭넓게 할 수 있었는데 1심 재판부가 너무나 좁게 해석했어요. 다음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바로 잡히길 기대하고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이정미 의원실 제공

- 지방선거 이후 정의당 지지율이 상승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흐름이 꺾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난 6년 동안 당이 착실하게 지지 기반을 쌓아 나가고, 지방 선거를 통해 지지율 10%까지 올려놨잖아요. 그 직후 노회찬 대표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분들이 추모해주셨습니다. 노회찬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미안함이 당에 대한 지지로 모여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회찬에 대한 추모가 정의당에 대한 지지로 완전히 고착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당의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당의 실력을 탄탄히 쌓아가겠습니다."


-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당의 간부층을 더 많이 육성하고 지역 기반도 탄탄히 닦아 나가야죠. 사실 정의당은 5개의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지역구 의원은 단 1명입니다. 다른 정당처럼 많은 지역구 의원들이 주민과 밀착해서 지지율을 온전히 지켜나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죠. 그러나 10명의 시도당에서 광역 의원도 만들어졌고 지난 지방선거보다 기초의원도 확대되었습니다. 이런 상황과 함께 다음 총선을 준비하며 간부층을 두텁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한편에서는 정의당의 정책과 개혁 방향을 더 뚜렷하게 각인해 나갈 수 있는 활동을 잘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정의당이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기 어려운 건 시민단체처럼 활동하고 지역구 활동은 안 하기 때문이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 측면을 이야기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이번에 서울시에서 당선된 기초 의원들을 보면 세 번 도전해서 당선된 분들이십니다. 선거에 이기든 지든 지역 주민들과 일상적인 활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한계,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도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역이 아닌 상태에서 지역구 활동을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주민에게 정의당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정의당이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했다가 노회찬 원내대표 별세로 교섭단체 지위가 사라졌습니다. 교섭단체를 해본 적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한때 경험해 봤기에 지위 상실이 더 아쉬울 거 같은데.
"저희는 6년 동안 비교섭 단체로 활동 하다가 잠깐 교섭 단체를 구성한 거죠. 정의당이 이 정부의 개혁 방향을 더 확실히 견인해 나가야 할 정치적인 힘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비교섭 단체가 되자마자 '정의당 패싱' 현상이 여기저기서 일어나잖아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더 잘 대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개혁 입법 연대'라며 요란스러운 소리가 나지만, 결과적으로 규제 완화 입법 연대 같은 것으로 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개혁의 방향으로 제대로 견인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빨리 교섭단체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양보는 필요 없다, 환노위 법안소위 10명으로 돌려야"

- 의원님이 고용·노동 소위에서 배제됐는데 현재 상황은 정리된 건가요?
"저희가 교섭단체 지위를 복원하느냐도 하나의 변수입니다. 상임위원장님이나 간사분들께도 부적절함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고, 재고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많은 국민분들이나 노동계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간사님들 안에서 조금 더 심도 깊은 얘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정의당이 자유한국당에는 뭐라고 말도 못하면서 민주당만 원망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저희가 한국당엔 안 하고 민주당에만 항의한 적은 없고요. 전반기 법안 소위가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하반기에도 10명으로 구성하면 정의당은 양보 없이 들어갑니다. 양보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러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걸 8명으로 줄여 버렸기 때문에 정의당 몫이 없어졌거든요.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건 아무 양보도 필요 없고 원래대로 10명으로 하라는 거예요."

- 그럼 (인원 축소가) 의도적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10명이 너무 많아 8명으로 줄였고, 효율성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효율적이란 건 뭐죠? 법안소위가 실질적으로 법안을 다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노위를 구성하는 정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거기에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 구조는 정의당이라는 목소리를 법안 소위에서 배제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정의당은 정의당이 없는 법안 소위에서 합의한 안을 가지고 찬성하든 반대하든 둘 중 하나밖에 못 하도록 만든 겁니다. 의견 자체를 묵살하는 걸 효율적이라고 얘기하진 않죠."

-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겠다고 하셨잖아요. 우선적 과제가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자 배출이었죠.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 정당 득표율은 많았지만 단체장은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만 배출했어요.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되려면 지역구 의원을 배출해야 하는데 지방 의원 수가 적어서 제1야당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지금 지방 의원 숫자가 적은 상태에서도 당의 지지율은 서서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정의당 입장에서는 올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시는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배분받을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 없이 조금 더 민주주의를 선진화시킬 수 있는 과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이정미 의원실 제공


-  최근 경제가 악화되고 있어요. 여당은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때문이라고 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 여당의 정책 때문이라고 서로 탓합니다. 대표님 보시기엔 어때요?
"일단 수권하게 되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죠. 다만 지금 경제 상황이 악화된 것이 이 정부가 들어서고 단기간에 발생한 일이라기보다 다른 문제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97년 IMF를 겪고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며 수많은 구조조정을 벌였습니다. 이를 통해 실업자, 비정규직이 양산됐습니다. 또 엄청난 수의 자영업자가 생겨나고 중소기업이 어려워졌습니다. 이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봅니다.

현 정부는 20~30년간 사회를 지배해온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것이 소득주도 성장이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여러 조치로 수행되죠. 소득 주도 성장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경제 민주화와 공정경제라고 하는 경제 정책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을 때 이 부분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진행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런 부분이 미진한데 소득주도 성장만 부각되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고, 보수 야당의 공격에 무력하게 대처했다고 봐요."

"이재갑은 과거 정부 노동 탄압 등에 책임 있어... 철저히 검증"

- 8월 6일,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또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꺼내기도 했는데요.
"김 부총리의 그런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고요. 그리고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 재벌의 공격 앞에서 이 정부가 촛불 개혁의 의지를 놓아버리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께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정책 방향을 확고하게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셨습니다. 이제 정부 관료들이 정부 정책 방향을 흔들지 말고 제대로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환노위에서 일하고, 정의당은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실장과 차관을 지낸 이재갑 노동부 장관을 인선한 것은 굉장히 의아합니다. 그 당시 있었던 여러 노동 탄압 정책이나 고용 유연화 정책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정책 검증할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번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민심을 닮은 국회를 만들고, 입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여야가 당리당략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월에 선거구 획정 위원회가 구성돼야 하고 내년 4월까지 지역구 획정이 완료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 12월 정기국회까지 선거구 개편을 이루지 못하면 또다시 승자독식 사회로 갈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과 국회의원 여야 대표 모두가 하자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안 되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겁니다.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선거 제도를 바꿔서 국회도 공정한 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정의당은 혼신의 힘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정미 #정의당 #고용노동 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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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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