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도북아프리카 거점 도시
김선흥
오른쪽 위에 보이는 파고다 형상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를 표시한 것입니다. 보다시피 지중해에는 바다 색깔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상상으로 채워 넣고 보아야 합니다.
맨 아래가 씨질마싸, 그 위 왼쪽이 파스, 그 오른쪽 위가 마라케쉬, 등대 왼쪽이 트리폴리, 등대 오른쪽이 카이로입니다. 상대적 위치가 실제와 차이가 있지만, 표기해 놓았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파스와 트리폴리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선조들의 세계 지도를 통해 우리가 속하지 않는 문명권으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먼저 파스를 찾아가 봅니다. 강리도의 지리 정보가 유통되던 14세기 모로코 출신의 불세출의 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파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합니다.
"파스는 명실공히 이방인들의 정주처이고 무의탁자들의 은시처이며 사신들의 도착지다. (…) 알라께서 이 수도 파스에 행복과 기쁨, 광명을 더해 주시고 시의 내외를 공히 보호해주시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 정수일 역, <이븐 바투타 여행기> 345쪽
도시 이름에 주의해 봅니다. 영어로는 Fez, 불어로는 Fes라 하는데 모로코를 포함한 이슬람권에서는 아랍어로 '파스(Fas)'라 부릅니다. 이 명칭은 원래 8세기에 이 도시를 세웠던 베르베르족의 언어라 합니다. 베르베르족이 이슬람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파스라는 지명으로 굳어졌습니다.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족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 지단, 참회록으로 유명한 성 어거스틴(354~430)이 베르베르족 출신이라 합니다. 베르베르족은 독자적인 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지명인 '파스'가 우리의 강리도에 '파수(法蘇)'라 표기되어 있는 것입니다. 8세기에 베르베르족이 건설한 이 도시는 옛 모로코 왕국의 고도였으며 현재는 100만 여의 인구를 지닌 모로코 제2의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