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나 차도와 완전 분리된 도쿄 도심지의 자전거길. 물론 다 이런 건 아니다.
김경년
도쿄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
우선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가 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학교는 대여소에서 가까운 스미다가와 강을 따라 쭉 가기만 하면 길 헤맬 염려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직선으로 쭉쭉 뻗은 도쿄의 거리를 따라 룰루랄라 페달을 밟았다.
차도는 아무래도 위험한 듯해서 인도로 가는 걸 택했다. 도쿄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인도로 자전거가 가는 것은 일부 구간만 제외하고 불법이라고는 하나 인도로 다니는 자전거가 많았다. 자전거 탄 경찰관들도 인도로 순찰 도는 걸 보니 문제 없겠다 싶었다.
도쿄는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조건을 타고났다. 가도가도 오르막길이 없으니 페달을 밟느라 힘이 들지 않다. 이러니 아이들도, 주부들도, 노인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안팎으로 산이 많은 서울은 짧은 거리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거리엔 반드시 언덕이 있어 내려서 끌고 넘어가야 한다. 게다가 도쿄는 자전거를 의식해서인지 인도 폭이 넓고 포장이 잘 돼 크게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큰맘 먹고 자전거를 구입해 출퇴근을 시도한 적 있었다. 그러나 딱 이틀 타고 포기했다. 차도 일부를 자전거길로 만들어놨지만 걸핏하면 택시나 버스가 침범해 앞을 막았고, 무엇보다 위험하기도 했다. 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맡으며 가다 보면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차를 피해 인도로 올라가면 갑자기 좁아지는 구간도 많아 행인들과 부딪칠 뻔한 적이 많았다.
아무튼 시골서 상경한 촌놈처럼 이거저거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가다 보니 학교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신호가 바뀌는 순간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아저씨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스미마셍' 하고 지나갔지만 내 뒤통수에 대고 엄청 뭐라 한다. 뒤돌아보니 삿대질까지 하고 있다. 어휴, 일본어를 잘 못 알아듣는 게 이럴 땐 다행이다. 평소 상냥하고 온순한 일본인들인데, 상대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면 너 잘 만났다고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돌아오는 길은 구글지도를 따라 지름길로 왔다. 말로만 듣던 히비야공원, 도쿄역, 제국호텔 등이 눈에 들어왔다. 땅 위에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근데 아뿔싸, 중간쯤 와서 도쿄대학 앞을 지나는데 앞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이다. 자전거포는 눈에 보이지 않고 교차로 건너편에 파출소가 있어 염치 불구하고 찾아갔다.
경찰관에게 가 '빵꾸, 빵꾸'하며 바람 넣는 시늉을 했더니 잽싸게 안쪽 사무실에 가서 펌프를 내온다. 그러나 바람을 넣고 힘껏 페달을 밟았더니 100미터도 못가 도로 퍼져 버렸다. 그냥 바람이 빠진 게 아니라 정말 '빵꾸'가 났던 것이다. 결국 1시간을 열심히 걸어서 마감시간 3분을 앞두고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별 일 다 있었다.
아이 앞뒤에 태우고도 잘 타는 엄마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