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자료사진)
이희훈
도널드 트럼프의 롤모델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재임 1981~1989)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도 레이건을 지켜보면서였다. 트럼프가 43세 때인 1987년, 마이크 던바(Mike Dunbar)라는 공화당원이 '도널드 트럼프를 뽑아주자(draft Donald Trump)'는 운동을 전개한 일이 있을 정도로, 레이건 재임기에 트럼프는 대통령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강준만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정치의 죽음>은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트럼프는 당시 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의 러닝 메이트 후보로 고려되었다"고 소개한다. 이번에 노무현 초상화를 들고 온 아들 부시가 아니라 아버지 부시(1924년생)와 러닝메이트가 될 뻔했던 것이다.
레이건 시절의 부통령인 조지 부시와 함께 대선에 출마할 뻔했을 정도로, 트럼프는 레이건 행정부를 열렬히 응원했고 또 그에게 매료돼 있었다. '강력한 미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레이건에게 깊은 감흥을 받았던 것이다. 트럼프가 세계 2위 중국을 상대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그런 감흥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한테서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모습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아이젠하워가 이스라엘에 보여준 모습이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서 엿보인다.
지난 2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 차례의 '발사체'와 관련해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이라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탄도 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항의의 뜻을 표하는 듯이 하면서도, 발사체의 정체가 탄도미사일임을 은근히 시사하는 인터뷰다.
이렇게 북한이 은근한 자극을 가하는데도 트럼프는 한없이 관대하기만 하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도쿄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의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호히 발언한 다음날인 26일, 트럼프는 "북한이 작은 무기 몇 개를 발사한 것이 나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는 다음날인 27일에는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의 사람들은 위반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며 "핵실험도, 탄도미사일 발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이라고 북한이 공식 표명했는데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와 아이젠하워의 '요상한'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