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왼쪽 두 번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관람 수행을 통해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에 관한 보도에선 유독 오보 논란이 자주 불거진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김여정과 김영철에 관한 보도도 그렇다.
최근 한 국내 언론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책임 추궁을 당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사람이 함께 평양 5.1경기장에 나타나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4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렸다. 김정은과 두 사람의 관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추측할 수 있는 장면이다.
직급이 높지 않더라도 김일성 혈통인 김여정이 문책을 당했다면, 김영철의 경우보다 좀 더 큰 문제가 된다. 김정은의 자녀가 아직 어리므로, 김여정은 큰오빠 김정철과 더불어 비상시에 중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의 신상에 중대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상당한 무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런 사안에서까지 오보 논란이 불거지니, 북한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에 문제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북한에 관한 오보는 고의적인 허위 보도 때문에도 생기지만, 북한 체제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도 생긴다. 비정상적이고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라는 선입견에 휘둘린 나머지, 잘 나가던 북한 고위층 인사가 북한판 '9시 뉴스'에 한동안 등장하지 않으면 '최고지도자의 미움을 사서 아오지 탄광 같은 데라도 보내진 게 아닌가'라는 추리가 별다른 검증 없이 기사화되는 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에 관한 오보가 많이 생기는 최대 이유는 아무래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북한 뉴스에 관한 수요가 높은 데 반해 '공급량'이 현저히 부족한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뉴스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고, 합리적 검증 절차 없이 서둘러 뉴스를 내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도도하니 김정일'... 취재인가 추리인가
그런 일은 북한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관찰될 때 특히 많이 생긴다. 북한 외부에서 관찰되는 특이 조짐으로 인해 북한 뉴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때 오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북한에서 김일성 후계자 내정 움직임이 감지되던 1974년 한 해에도 오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해 2월 16일 자 한국 언론들은 김일성 후계자로 동생 김영주가 내정됐다는 보도를 일제히 내놨다. 일례로 <동아일보>는 '김일성 후계로 부각, 김영주 북괴 정무원 부총리 선임'이란 제목 아래 이렇게 보도했다.
"북괴는 15일 남북조절위 평양측 위원장 김영주를 정무원 부총리로 임명했다고 평양방송이 발표했음이 북한 문제 전문가들에 의해 16일 알려졌다. 김일성이 실제(實弟)인 김영주를 이 자리에 임명한 것은 김영주에게 노동당과 행정부의 실권을 모두 장악시켜 그의 후계자로 삼으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며, 이를 계기로 북괴 내부에는 앞으로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