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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냈는데 기사로 알리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무명의 작가'들을 위한 연재기사 '책이 나왔습니다'

등록 2019.11.29 14:25수정 2019.11.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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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적막을 깨는 전화 한 통.


"제가 책을 냈는데요... 여기에 기사를 내면 된다고 해서..."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음... 저희는 문화부 기자가 없어서요. 책을 소개할 만한 기자가 따로 있지 않아요. 하지만 선생님이 직접 자신의 책 이야기는 하실 수 있어요."
"그럼 돈을 내나요?"
"네? 아니요. 돈은 안 내도 됩니다. 선생님이 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왜 썼는지, 쓰면서 어땠는지 등 이야기를 시민기자로 회원가입 하신 뒤에 기사로 쓰시면 되요."
"아... 그러지 말고 제가 직접 책을 들고 찾아갈까요?"
"아, 죄송하지만 오셔도 만날 수 있는 기자가 없어요..."
"그럼 책 기사는 어떻게 나오는 건가요?"

묻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만, 내 말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대화가 겉도는 느낌.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 못하는 눈치였다. 결과적으로 '기사를 내고자 하는' 이분의 목표는 실패. "알겠다"는 목소리에 짙은 실망감이 배였다. 답답하긴 나도 마찬가지. 좀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눈다고 뭔가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이 분의 마음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쓴 책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 2년 전 나도 그랬으니까.
 
 시민기자들이 낸 책들. 왼쪽부터 임희정 작가의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배지영 작가의 '소년의 레시피', 황보름 작가의 '매일 읽겠습니다'. 또 다른 시민기자들의 책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시민기자들이 낸 책들. 왼쪽부터 임희정 작가의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배지영 작가의 '소년의 레시피', 황보름 작가의 '매일 읽겠습니다'. 또 다른 시민기자들의 책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최은경
 
2017년 책을 한 권 냈다. 당시 연재하던 기사를 눈여겨 본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나던 날, 편집장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나는 아직 계약서에 사인할 준비가 안 됐는데... 편집장은 말했다. '무명의 작가'지만 인세는 다른 기성 작가와 차별없이 10%라고. 무명의 작가 글을 책으로 내는 건 출판사도 모험이라고. 하지만 작가님 글이 좋으니 반드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 그러니 오늘 계약서에 사인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구구절절 맞는 말. 나는 그들의 말 하나 하나를 새겨 들었다. '무명의 작가'라... 기분 상했냐고? 놉! 당시 14년간 편집기자라 불렸는데, 그날로 '무명의 작가'가 됐다. 오히려 신선했다! 그래서 감동 받아서 사인했냐고? 놉!

태어나 처음 있는 일. '무명의 작가'에게도 생각할 시간은 필요했다. 일주일 후엔가 나는 잠실 어느 카페에서 계약서 항목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궁금한 건 물어가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출판사는 계약서를 이렇게 꼼꼼히 보는 '무명의 작가'는 처음이라고 했다(좋은 뜻이었겠지?).

성실하게 쓰고 마감했다. 편집장은 "작가님, 모범생이었죠?"라며 이렇게 마감 잘 지키는 작가는 처음이라고 했다(좋은 뜻이었겠지?). 그렇게 '무명의 작가'의 책이 나왔다. 교O문고, 영O문고 등등 매대에 누워있는 내 책을 보면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마치 서점 직원처럼(아니 서점 직원도 그렇게는 안 할 듯) 흐트러짐 없이 예쁘게 반듯이 정리해 두었다. 보고만 있어도 신이 났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책이 마구마구 팔려나가는 기쁨까지는 내 것이 아니었다. 현실은 '무명의 작가', 딱 그만큼이었다. 온라인 서점의 판매수치도 내 편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홍보라고는 개인 SNS(그것도 전체 공개를 하지 않는 계정이었다)가 전부였다. 책만 내면 다 하는 줄 알았던(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네, 순진했어!) 북콘서트도 없었고, 두어 군데 매체에서 인터뷰가 고작이었다. 다행히 불러주는 데가 있어 강연은 몇 곳에서 했다. 할 때마다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마다하지 않고 '해냈다'. 그렇게 책이 나오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시민기자들은 책이 나오면 다 어떻게 홍보를 하는 거야?'


그제야 알게 된 거다. 내 일이 되어 보니까 비로소 신경 쓰이게 된 거다. 운 좋게 일간지 기자들 눈에 띄어서, 혹은 출판사의 전폭적인 홍보 지원으로 광고를 때려 넣어서, 알려지면 '땡큐'겠지만 그런 일은 손에 꼽힐 거다. 대부분은 자괴감에 가까운 속앓이를 하면서 깨닫지 않았을까? 그 수많은 신간들 사이에서 내 책 제목 하나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래서 만들었다.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연재기사 '책이 나왔습니다'. 나처럼 처음 책을 낸 무명의 작가라면, 아니 이미 책을 낸 작가라도 상관없다. 내 책에 대해 할 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쓸 수 있는 연재기사 코너다. 방법은? 부제에 [책이 나왔습니다] 하고 밝히면 된다. 

그래도 그렇지, 내 책을 내가 어떻게 알리냐고? 알려야 한다. 글을 쓰든 강연을 하든 인터뷰를 하든 한 번이라도 더 독자들과 만나야 한다. 무너지는 자존감을 눈 뜨고 견디기보다 이게 낫다. 기사를 쓴 기자는 기사를 알려야 하고, 책을 낸 사람을 책을 알려야 한다. 작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려지는 책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아니 그런 책이 있나? 무덤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책을 내고 알리지 않는 작가가 어딨나. 

[책이 나왔습니다] 연재기사 보러가기

단 제한은 뒀다. 책 홍보만을 위한 '홍보성 기사는 채택하지 않기'.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과 책에 대한 무한 칭찬도 사절. 보도자료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노노! 대신 작가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쓰면서 어땠는지, 어떤 독자에게 필요한 책인지, 혹은 책이 나오고 나서 글을 쓰면서 작가가 알게 된 건 뭔지 등등의 내용이 들어가는 기사라면 즉, 독자가 보기에 '효용성' 있는 글이라면 채택했다. 한 번이라도 자신의 책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에 처음 연재를 개설하고 2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61권의 시민기자 책이 세상에 나왔다(알려지지 않는 시민기자의 책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언론사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자신의 책에 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데... 나 스스로 알리니 누가 듣고 쓰는 것보다 더 정확할 거다.

하지만 정작 이 연재를 만든 나는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 두 번째 책이 나왔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쓰지 못할 것 같다(결코 쑥스러워서는 아니다!!!!) ^^;;;

PS. 저는 못 쓰지만 시민기자분들은 꼭 쓰세요. 내 책이 나왔다고 꼭 알려주세요. 
#편집기자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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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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