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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플레이어' 돌봄전담사는 왜 정규직이 아니란 말인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⑤] 코로나19 사태에서 희생 강요받는 돌봄전담사들

등록 2020.05.21 17:49수정 2020.05.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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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기자말]
[이전 기사: 코로나19 시대의 여성 초단시간노동자... 여기가 '사각지대']

현재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해 학교에서는 휴교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코로나 이전 상황에 비해 자녀가 혼자 있는 경우가 12.8%로 6.6% 증가(육아정책연구소, 2020년 3월)했고, 휴교기간 동안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맞벌이가구는 돌봄교실을 찾고,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돌봄전담사들의 노동은 가중됐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는 이들에게 너무나 불합리한 대우를 하고 있으며, 노동을 분담할 구체적인 대응책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학교 담당자는 현 부당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부족하며, 진정한 의사소통에 대한 의지도 없어 보인다.

돌봄전담사는 저소득·맞벌이·한부모 가정의 안심 양육을 목적으로 초등정규수업이 끝난 후 학교에 남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돌봄교실의 전문인력이다. 전 정권에서는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확산정책의 일환으로, 현 정권에서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돌봄교실을 확대하고, 돌봄전담사를 채용하였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제노동자로 돌봄전담사를 채용했으며, 전국적으로는 전체 돌봄전담사 중 시간제 노동자가 80%를 차지한다. 교육청별로 차이는 있지만 서울과 경기도 현황을 보면, 전일제 돌봄전담사는 32%에 불과하다(서울 시간제 돌봄전담사 수는 1,166명, 자원봉사자 683명, 전일제 돌봄전담사 571명/ 경기도 시간제 돌봄전담사 수는 약 2,000명, 전일제 돌봄전담사 350명).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근무시간은 4시간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 이외에도 프로그램준비, 귀가 후 정리, 학부모 상담, 관련 행정업무 등 돌봄전담사에서 요구되는 관련 직무가 너무 많다. 아무리 멀티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동시에 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돌봄전담사의 노동 시간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근무 중인 김미영(가명)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돌봄전담사에겐 전일제 근무가 필요하다


"퇴근 후에 일주일동안 종이접기 연습을 하는 등 시간을 투자해서 무엇을 할지 준비해요. 그래야만 '오늘 뭐해요?'라고 물어볼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죠. 이건 보상받지 못하는 시간이에요. 종이접기 수업 중에 전화가 오거나 일이 생기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고, 잘 모르는 것은 집에 와서 접는 방법을 습득해서 다음날 알려주기도 했어요. 정해진 시간동안 한 명 한 명 다 받아 줄 수가 없는 게 안타까워요.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물어보는 것도 많은데. 체온체크, 손 씻기, 교구정리지도, 귀가시간에 보호자에게 인계하기, 일지쓰기, 교실청소, 친구들과의 다툼갈등 중재하는 일을 해요. 정말 바쁘면 다 못하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이 4시간으로는 부족하죠."



돌봄전담사의 일자리가 전일제로 변경되었어야 하는 이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일제로의 변경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봄전담사의 사명감, 아이들의 안전과 일관된 교육, 정서적인 안정감 등 지금까지 여러 차례 언급하고 지적한 문제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각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외면하는 상황에서 장시간 긴급돌봄이 필요하다면, 돌봄전담사의 노동 시간 연장과 전일제로의 전환이 필요해요. 양질의 돌봄을 요구하는데, 근무시간이 고정되고 '시간연장'만 됐더라면 긴급돌봄이 지금처럼 혼란스럽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은 명분만 있는 돌봄이에요. 양적확대보다 질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정책에 반영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4시간 근무임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얹어주면서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라며, 관심을 갖지 않아요.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깨알 같은 불이익과 보복을 감당해야 해요. 보육은 돌봄과 교육이 결합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돌봄을 학교에서조차 학교선생님들의 몫이 아니라고 하며, 돌봄전담사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더 이상 다른 전담인력이 없어서 수요를 조절하고 있지만, 만약 현재 상태에서 더 늘어난다면,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요. 돌봄전담사만 희생시키고 있죠."


시간제 일자리는 급여 등의 처우 뿐 만 아니라 근로여건도 열악하다. 시간제 여성노동에 대한 실태분석연구(권혜원, 2019) 결과를 살펴보면, '시간제라는 이유로 나의 일은 제대로 평가되거나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41.6%로 나타났다.

또한 퇴직금, 상여금, 기타 복리후생 혜택 등에서 정규직 전일제 노동자들과 차이는 여전히 크게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불안정한 상태인 시간제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낮게 하고, 사명감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준다. 오롯이 돌봄전담사의 의욕과 개인역량으로만 채워지는 돌봄교실은 교사의 책임감과 사기가 더욱 더 중요함에도 말이다.

코로나19로 최근 2개월 동안 돌봄교실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사고가 나면 학부모 상담 등 관련된 일처리는 모두 돌봄전담사의 몫으로 돌아갔고 돌봄전담사들은 모든 위험부담을 그대로 감당해야 했다.

코로나19 시대, 더욱 열악해지는 돌봄전담사의 노동환경
 
 긴급돌봄 교실에 나와 손 소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학생들
긴급돌봄 교실에 나와 손 소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학생들 한국여성노동자회
 
김미영(가명)씨는 요즘에는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젖은 마스크를 교체해주고, 수시로 손 세정제를 발라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 또한 이전에 외부강사가 진행하던 40분 프로그램까지 지금 돌봄전담사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업무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기존의 근로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학교관계자 뿐 아니라 학원관계자와 소통하는 시간까지 더해져 4시간 근무시간 이외에도 비공식적인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가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더 많아졌다.

또한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이용하는 겸용교실은 기본적인 교구(도서, 프린트기 등) 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철저하게 청결을 관리해야 하는 시기에, 싱크대가 없는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손 씻기를 가르치더라도, 교실 외부에 나가서 손을 씻고 오게 되면 신발장에 신발을 넣으면서 다시 오염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본적인 위생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측에서는 이런 것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며 무책임한 반응을 보이는 관리자가 많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돌봄교실이 지역감염의 경로가 된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매뉴얼에 따른 철저한 방역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건 학교 측인데,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감과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다. 현재 코로나가 발생한 상황에서 돌봄 교실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09시부터 19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시간 조절하기를 요구하며, 아니 강요하며, 오후에 근무하던 두 명의 돌봄전담사에게 각각 오전 오후로 나눠서 출근하도록 하여, 각각 두 배의 업무를 맡기거나, 앞뒤로 1-2시간씩 조정하도록 하여 쉽게 노동력을 사용하여 아니 착취하여 가성비만 높이려고 하고 있다.

또한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초과근무하게 될 경우 지급해야 할 초과근무수당을 회피하기 위해 대체인력인 봉사자에게 돌봄을 부탁하고 있다. 방학 때와 마찬가지로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오전에 두 명의 봉사자와 오후에 시간제 돌봄자를 거쳐 전일제 교실로 이동하면 하루에 4명의 돌봄전담사를 거치게 된다. 아이들은 서로 돌봄규칙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확한 자격기준 없이 투입되는 오전 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허용의 강도가 높아 오후가 되면 난장판이 되어 있고, 오전의 사고를 오후에 부모님에게 전달하는 것 모두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몫이라고 한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 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열악해진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 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열악해진 노동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한국여성노동자회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돌봄현장의 문제점들과 돌봄전담사들의 저비용 불안정 노동조건은 고스란히 맞물려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만약 전일제로 전환했다면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여겨진다.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학생들을 돌볼 수 있고,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욕구와 애로사항을 반영하여 개선이 필요한 내용을 관리자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기적이라는 모욕적 언사를 하며,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조정을 요구하거나 절차와 서열을 중시하는 학교문화에 맞추기만을 지시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고, 착취당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양질의 돌봄을 제공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돌봄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이다.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원한다면, 돌봄전담사에 대한 처우개선은 무엇보다 시급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코로나19와 여성노동자 #긴급돌봄 #돌봄전담사 #돌봄노동자 #임금차별타파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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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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