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필수적인 가사, 돌봄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과 맞물렸다. 아무일도 안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지만 사회적 돌봄체계가 무너지자 이를 전업주부의 가사,돌봄 노동시간이 급격히 증가했다. (사진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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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끝이 없다. 하루 종일 쓸고 닦아도 티도 나지 않으며, 가사노동은 가족 부양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에도 노동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전업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지만 여성에게 집은 노동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평생 직장이며, 보수도 없고, 상시 대기해야 하는 업무의 연속이다. 더구나 코로나19이후 그들의 돌봄이 대부분 하루 7-8시간 더 늘어났다는 설문의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폄하당하는 노동... '고립감'도 느껴
6세, 9세 두 아이와 하루를 같이 한다는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는 임신과 결혼을 하면 직장생활이 힘들어지고 아이를 여자가 더 많이 돌봐야 하는 현실에 좌절해요. 임신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지만 아이를 돌봐 줄 사람만 있다면 언제라도 일하러 나가고 싶죠. 우리집 남자는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요. 집에서 노는 사람이 스트레스 받을 게 뭐 있냐든가, 애는 알아서 잘 노는구만 뭐 그렇게 하는 게 많다고 힘들다고 징징대냐고까지 하더라구요. 요즘 같아서는 애 볼 바에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말지 하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 걸 알까 몰라요."
40대 주부 B씨는 남편이 가사를 습관적으로 폄하한다며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티가 안 나는데 하루라도 안 하면 티가 확 나잖아요.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 '집 좀 치우지' 하는데 치우니까 이 정도라는 걸 몰라요. 코로나19가 사그라들면 아이들과 좋은 거 보고 좋은 데도 가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또 다른 전업주부인 C씨는 우울감과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면 주위 사람들과 차 한 잔 마시는 게 그나마 나를 위한 시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요즘은 그 시간마저도 없어요. 하루 종일 24시간 애들 뒤치다꺼리에 밥해야지, 청소해야지, 빨래해야지. 일이 몇 배로 많아져서 어쩔 땐 집에 묶여있는 지박령 같고, 안 그래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적은데 갇혀있고 고립된 느낌이에요."
이들의 고충은 이게 끝이 아니다. 가족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비며, 생활비며 지출이 늘어났지만 무급휴직, 단축근무, 상권쇠락 등의 여파로 가정의 수입은 줄어든다는 답변들도 많았다. 임신 혹은 출산, 돌봄만 아니면 밖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고 그들은 답했다. 지출은 평균 40만원 정도 증가했는데 수입은 평균 70만원 줄었기 때문에 실상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아 가계 경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그 이유였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질 낮은 일자리'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