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 언론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보다 연봉에 관심을 더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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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내용은 더욱더 당황스럽다. 봉급은 많이 받는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는 날로 늘어간다고 주장했다. 속된 말로, 교사들이 '밥값'도 못한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맞장구치는 댓글이 줄을 잇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낡은 레코드판 같은 기사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언론마다 비슷한 내용이 실렸다. 예컨대 내 기억이 맞다면, 15년 차 교사 연봉이 OECD 평균보다 많다는 내용은 10여 년 전에도 이미 기사화되어 알려진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외울 정도다.
그 이유가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굳이 다시 언급하자면, 다른 나라의 경우 다수의 교사가 연봉 계약직이지만, 우리는 연차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호봉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최고 호봉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OECD 회원국 평균 24년보다 훨씬 긴 37년이다. 평균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지표라는 이야기다.
한 보수언론에서는 교사의 '순' 수업 시간이 OECD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다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교사 1인당 연간 '순' 수업 시간(초등 676, 중등 517, 고등 543)이 OECD 평균 보다 최대 100시간(초등 778, 중등 712, 고등 680)이 적다는 거다. 이 역시 특별할 것 없는 통계지만, 그들은 이마저 교사를 욕보이기 위한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행정 업무가 분리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 교사에겐 행정업무 처리 등 '잡무'는 수업 준비 못지않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교사의 근무 여건을 '순' 수업 시간만으로 계량화하는 건 무리다. 주위엔 '잡무'를 덜 수 있다면 수업 시수가 늘어도 좋다는 교사가 적지 않다.
보수언론의 시각이 얼마나 경도되어 있는지는 다른 기사 제목에도 드러난다. <정부의 대학 투자 OECD 평균 미달>, <고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2년 연속 OECD 이하> 등. 거칠게 말해서, 전자는 천문학적 적립금을 쌓아둔 사립대학에도 예산을 지원하라는 것이고, 후자는 교육 환경이 OECD보다 낫다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교사들이 무능하다는 걸 에둘러 말하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악의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성싶다. 그들은 과연, 교사를 향한 비난 일색의 기사들이 교육 개혁에 보탬이 될 거라고 여기는 걸까. 교육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인 'OECD 교육지표'조차 교사를 깎아내리는 근거로 활용하는 행태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외면하고 있지만, 'OECD 교육지표 2020'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함께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우선,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 추세지만 OECD에 견줘 여전히 높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는 교사 수급을 조정하고 교육 재정을 축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곧,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크게 증가한 걸 두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교육 재정이 늘어서가 아니라, 학령인구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교육 재정의 축소는 당장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으로 이어져,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25세부터 34세에 이르는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최상위권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표다. 69.8%로 OECD 평균보다 무려 25%p나 높은 수치다. 이는 온존한 학벌 구조와 함께, 청년층의 학력과 일자리의 불균형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걸 일깨워준다.
GDP 대비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은 OECD 평균보다 낮은 데 견줘, 민간 재원은 평균보다 크게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대학마다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이는 학벌 구조가 고스란히 가계의 부담으로 전이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들이 많음에도 보수 언론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합리적 여론 조성에 노력하기보다 '연봉', '수포자' 등을 강조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기사를 본 학생의 반응... 낙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