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부터 중앙선에 새로 투입된 ‘KTX-이음’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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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원주까지는 100여 킬로미터라고 한다. 내가 원주에 정착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서울과 적당한 거리 때문이다. 나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나 지난날 가까웠던 이가 보고 싶을 때는 이따금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곤 한다. 그뿐 아니라 밤새워 글을 쓴 다음 날은 중앙선 남행열차를 타고 경북 풍기로 가서 그곳 온천에 몸을 푹 담근다.
그동안 원주역에서 청량리역까지는 무궁화열차로 1시간 30분 내외, 풍기까지는 그보다 조금 더 걸렸다. 그때마다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열차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컸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그 절경을 바라보면 세상 번뇌도 잊을 수 있고, 문득문득 새로운 영감도 떠오르기 마련이다.
내가 사는 치악산 밑 마을에는 중앙선 철길이 깔려 있다. 내 집 창을 통해 이따금 기차 길 옆 오막살이 소년처럼 그곳을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여행처럼 즐거운 인생도 없다'는데 그 열차를 바라보노라면 어딘가로 떠나고픈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 가벼운 차림으로 치악산 구룡사 계곡, 아니면 남한강 강둑, 또는 열차를 타고 동해안 강릉 경포바다를 찾기도 한다.
그동안 중앙선 철길은 단선이었다. 원주에서 남행열차를 타고 반곡역을 지나면 곧 루프식 똬리 터널이 나왔다. 또 단양역에서 희방사역 사이에는 또 다른 똬리굴도 있었다. 이 루프식 타원형 터널은 한참을 지나도 차창 밖 풍경은 같은 모양새로 다만 철로의 지대 높낮이만 다를 뿐이다.
이런 예스런 중앙선 철도가 지난 2021년 1월 5일부터 청량리~안동 간 복선철도 개통과 더불어 'KTX-이음' 호 운행으로 기존의 중앙선은 그 면모가 새로워졌다. 그와 함께 기존의 중앙선 단선도 새 복선 철로에 밀려났다. 그리하여 내가 이따금 찾아갔던 간이역 반곡역사도, 희방사역사도, 루프식 똬리터널도 이제는 추억 속에만 남겨 됐다.
지난날 죽령 루프식 원형의 똬리굴 대신에 이제는 일직선 쌍갈래 철로가 터널로 관통하고 있다. 그 철로 위를 'KTX-이음' 호가 기적도 없이 총알처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