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 김경일김경일은 진해 해군사관학교 도서관 열람과장이었다. 서울에 올라와 한국도서관협회 간사로 일하던 김경일은 김원규 교장의 권유로 경기고등학교에서 사서교사로 일했다. 현대식으로 개관한 경기고등학교 도서관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도서관 건립에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수도권 학교도서관 확산에 기여했다. 김경일은 제6대(1988년~1993년) 한국도서관협회 사무국장으로도 일했다.
<한국도서관협회 60년사>에서 재촬영
도서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원규가 서울시 교육감으로 오래 일했다면, 수도 서울의 학교도서관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실제로 김원규 교육감은 경기고에서 그와 함께 학교도서관을 일군 사서교사 김경일을 담당 장학사로 데려와 일하려 했다.
실현되었다면 경남 학교도서관 운동을 이끌었던 이윤근 교육감과 김두홍 장학사 쌍끌이 체제처럼, 서울지역 학교도서관 운동도 일대 전환점을 맞지 않았을까? 학교도서관 분야에 큰 발자취를 남긴 두 사람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김원규 교장과 함께 도서관 현장을 열정적으로 누빈 김경일은 '문헌정보학계'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남긴 바 있다.
"문헌정보학계도 문제가 많아요. (중략) 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현실과 무관하게 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실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무관심하고, 한마디로 무풍지대에요. 그러니까 안일하다는 거죠. 자기가 하는 학문에 대해서 집념을 가지고 새로운 학문 개발을 시도하고 노력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학자의 기쁨이고 본질이잖아요. 이거 태만하면 학자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은 전부 외국 것, 미국 것 가져다가 그대로 강의하고, 논문 쓰고 하니까 맞을 리가 없지요. 각성해야 합니다. 그 이론을 가지고 우리나라 풍토에서 적용하고 우리나라에 맞는 것을 찾아 나가야지, 우리 것 무시하고 전부 외국 것만 찾아서 갖다 붙이면 끝이에요. 대학에서 반성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안 팔리니까 학교도서관 강의 안 합니다. 그럼 안되죠. 그럴수록 더 해야 하는 거예요. 대학에서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오히려 죽이는 격이에요. 이건 완전히 대학이 장사하는 겁니다." - <한국 학교도서관 운동사>(김종성 지음, 한국도서관협회) 내용 중 일부
김원규, 길영희, 추월영, 박경원, 이윤근, 조재후, 김경일, 최근만, 김두홍, 김세익, 박태신, 정해숙, 권양원... 수많은 이가 '수처위주'(隨處爲主)의 삶을 살았기에 1960년대 한국 학교도서관은 중흥을 맞았다. 한때 한국 학교도서관 분야는 미국과 일본에도 꿀릴 것 없다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학교도서관 선구자인 김두홍, 최근만, 김경일은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과 총무부장, 사무국장으로 활약하며 한국 도서관계를 이끌었다. 한편 열정적인 교장과 사서교사가 대학을 비롯한 다른 공간으로 떠나면서 학교도서관 운동도 쇠퇴를 맞았다.
어디서나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