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표지와인에 입문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안내서이다.
수오서재
그러다가 서력 2015년 9월 6일(나에게는 와인력 1년 1월 1일) 우연히 한 와인을 만나고 그 풍미와 매력을 아는 몸이 되었다. 성경에 따르면 사도 바울은 원래 예수 믿는 이들을 비난하고 핍박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이가 신비로운 종교 체험 후 목숨을 걸고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로 변신했다는데, 와인이 종교라면 내가 딱 사도 바울이구나. 신(술)을 믿지 않고 꺼리던 내가 특정 신(와인)을 접하고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진심과 성심을 다해 귀의하게 되었으니.
생계형 사회과학 작가에게 여유롭고 호화로운 와인 생활은 애초에 불가능이었다.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애절하게 마셨다. 할인가라는 말에 사로잡혀 눈탱이 밤탱이를 당하기도 하고, 와인이 변질된 줄도 모르고 꿀껄꿀꺽 마셔대고, 큰맘 먹고 산 비싼 와인이 입맛에 맞지 않아 좌절도 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했던 그 시간 덕에 와인 초심자에게 가장 필요한 사항들을 뼛속 깊이 체득할 수 있었다. 그 노하우를 오마이뉴스에 '임승수의 슬기로운 와인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으니 바로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이다.
이 책은 와인교에 귀의한 한 사내의 좌충우돌 신앙생활을 솔직담백하게 담고 있다. 첫 만남의 그 신비로운 체험에서 시작해 고진 박해(아내의 등짝 스매싱)와 경제적 어려움(가산탕진)을 이겨내며 자신의 믿음을 견지하는 신실한 성도의 모습을 거짓 없이 유쾌하게 그려낸다.
우리가 믿는 신(와인)은 극도로 섬세한 쾌락주의자이기 때문에 그 은혜를 온전히 영접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할 교리와 십계명이 있다. 그것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신은 절대로 우리에게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수백 회의 영적 체험을 통해 몸소 확인했다. 이미 신을 영접한 이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간증서가 될 것이며, 이제 갓 신도가 된 이들에게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안내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와인 정가에 속지 않는 법부터, 가성비 와인 리스트, 와인에 맞는 안주 고르는 법과 와인 잔 선택하는 법, 라벨 읽는 법, 더 맛있게 와인을 마시는 꿀팁까지 당장 와인을 마시는 데 필요한 알짜 정보들로 가득 모았다. 어렵고 방대한 기존의 와인 이론서와는 다르게, 맨땅에 전속력으로 헤딩한 박장대소할 에피소드들을 통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와인 책으로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