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브이로그 운영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국민청원 화면 캡처
빗장이 풀린 듯 아이들끼리의 교사 뒷담화는 이어졌다. 의미 없는 수업은 견딜 수 있지만, 재미없는 수업은 용서가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대놓고 재미없는 수업에는 어떠한 의미도 담을 수 없다고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한 아이는 브이로그를 교사와 데면데면해진 관계를 일순간에 바꿀 수 있는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영상을 통해 교사의 일상을 들여다본 뒤 그걸 이야깃거리 삼아 가까워지게 된다는 거다. 꾸며진 일상일지언정 그들에겐 교사가 비밀을 공개하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고 했다.
브이로그 화면에 아이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에 관해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우려가 클 것이라는 선입견은 틀렸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이 영상에 담기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되레 반문했다. 그럴 리 없지만, 싫다면 모자이크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에는 이미 '학생이 등장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 학생 본인 및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며, 학교장은 제작 목적, 사전 동의 여부, 내용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촬영 허가 결정을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상태다.
아이들은 아직 교사의 브이로그 운영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알지 못했다. 짐짓 모르는 척하고 누가 청원했을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부모일 거라고 말했다. 그들 아니면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 단 한 시도 보지 못한다며, 애꿎은 브이로그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열이면 열 비대면 원격수업을 반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브이로그가 아니라,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거다.
학부모들이 교사의 브이로그 운영에 반대하는 이유가 그들의 자녀인 아이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교사가 아이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인데 칭찬하진 못할망정 폄훼해선 곤란하다는 게 보편적 인식이었다. 심심한 학교생활과 지루한 수업의 '보완재'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젊은 교사들의 생각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과 아이들의 나이 차이보다, 그들과 나의 차이가 더 커서일까. 영상 세대인 요즘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여서인지 직접 브이로그를 운영한다는 동료 교사는 없었다.
그런데, 내 또래의 동료 교사들은 대부분 반대편에 섰다. 우선, 내용이 교육적이지 못하고, 제작하고 운영하느라 본연의 수업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댔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데 아이들의 신상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청원한 학부모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사제 교감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교육적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합리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주장에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브이로그의 특성상 아이들에게 교육적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잖아도 유튜브의 '홍수'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교총이 언급한 순기능인 동료 교사와의 정보 공유나 연수와 관련된 자료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고 말했다. 브이로그를 두둔할 이유는 못 된다는 거다.
'구독과 좋아요'가 자존감의 크기라는 아이들
요컨대, 교사의 브이로그에 대한 찬반은, 나이의 경계선을 정확히 그을 순 없지만, 세대에 따라 갈리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학생과 교사 간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저 젊을수록 브이로그에 호의적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새삼 깨달은 게 있다. 젊을수록 자신의 일상을 남들에게 공개하는 데에 문제의식은커녕 별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SNS상 친구를 매일 만나는 같은 반 짝꿍처럼 정서적으로 가깝게 여기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가 없어서 고민일 뿐, 능력이 있고 기회만 닿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일상의 공개를 프라이버시 침해로 받아들이는 내 또래의 인식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교사로서, 자존감의 크기를 '구독과 좋아요'로 설명하는 아이들의 삭막한 마음이 애틋하면서도 불편했다. 관심에 목말라하는 그들의 모습은, 예능이 대세가 된 사회와 무기력한 우리 교육의 무기력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지금 교실은 '셀럽'을 꿈꾸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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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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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 하는 교사,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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