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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 여러분께... 목사 중 한 명으로 죄송하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등록 2021.06.03 19:29수정 2021.06.0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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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6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리러 왔다'며 찬송가를 부른 개신교인 10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5월 26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리러 왔다'며 찬송가를 부른 개신교인 10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다.조계사청년회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5월 19일 개신교계 교인 10여 명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불교를 모독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조계사 관계자들이 말려도 장장 5시간 동안 전도라는 명목으로 행위를 지속했다. 이에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소란 피운 목사와 신도를 경찰에 같은 달 26일 고발했다.

사실 개신교인들이 소란을 피운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듣고자, 주날개 그늘 교회 목사인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와 지난 5월 31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남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조계사 앞에서 행동, 목사로서 죄송"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이영광
 
- 5월 19일 석가탄신일에 조계사 앞에서 개신교인 10여 명이 찬송가 부르고 구호 외쳐 논란이었어요. 어떻게 보세요?
"먼저 기독교인으로서, 또 목사로서 부끄러워요. 불교를 모독하는 개신교 일부 사람들의 행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기독교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해요. 기독교의 본질은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과 온유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가뜩이나 최근 한국 개신교가 신뢰를 잃고 있는데, 이런 무례한 행동은 개신교 선교에 전혀 유익하지 않아요. 어리석은 일을 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

- 이런 일 하는 사람을 근본주의자들로 봐야 할까요?
"어느 종교든 자기 종교 중심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번 사건도 그런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일으킨 것 같은데,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가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거예요. 한국교회 전체가 근본주의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부처님 오신 날에 한 행동에 대해선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옳고 그들은 틀렸다는 생각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동의하죠."

- 개신교인이 사찰에 불 지른다든지, 불상을 훼손한다든지 하는 건 새삼스러울 게 없는데, 우리나라 개신교의 문제일까요? 개신교 교리 때문일까요?
"이건 개신교 근본주의 교리에 근거하는데, 근본주의 사람들한테 성경 어디에 근거해서 이런 행동을 하냐고 물어보면, 주로 여호수아서 이야기를 해요. 하나님이 가나안을 정복할 때 출애굽한 사람들에게 '가나안 사람들을 다 멸절시키라'고 명령한 이야기가 있어요.

그걸 근거로 자기네들의 공격성을 합리화하는 거예요. 당시 가나안 종교가 가진 '어떤 특정한' 도덕적, 종교적인 타락 현상에 대해 거부하고 반대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해야지, 그걸 다른 종교는 무조건 공격하고 무시하라고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한국 교회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우리나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달라요. 미국은 주류 종교가 개신교예요. 물론 가톨릭과 경쟁 관계가 있긴 하지만, 개신교인이 공개적으로 천주교인을 모독하는 일이 사회적 분쟁으로 나타나지는 않아요. 물론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미국으로부터 교리적인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종교 간의 충돌로 나타나는 현상이 좀 다르기에 미국과 같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엔 목사들의 책임이 큰 것 같은데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에요. 이걸 무시하는 것은 기독교 교리에 옳지 않아요. 우리 하나님은 대결과 폭력의 하나님이 아니에요. 물론 성경에 하나님이 폭력적으로 보이는 듯한 구절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뽑아다가 하나님을 폭력을 정당화하는 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것은 죄예요. 그런데 그 죄는 타종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기독교 안에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타종교는 죄고, 우리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어요. 즉,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죄를 짓지 않게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지 타종교를 멸절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는 거예요.


일부 목사들이 착각하는 게 타종교가 망하면 기독교가 흥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옆 가게가 망하면 그 가게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올 거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보다는 선교적인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선교적인 자세라는 것은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대화를 통해 우리가 가진 선한 것을 소개할 수 있는데, 악당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면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눌 수가 없고, 그들에게 전혀 선교적인 역할을 할 수가 없죠."

"'우리만 옳다'라고 말하는 건 종교가 타락했다는 뜻"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이영광
 
- 불교 믿으면 지옥 가기 때문에 교회 나와 천국 가자는 주장도 하던데.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처럼 살아가야 구원받는 것이지 기독교라는 종교에 몸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갖고 있으니까, 나는 천국 가고 너희들은 지옥 가'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선택한 종교가 구원을 확증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예언자를 통해 당시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해요.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 아니고 우상 숭배자들이었거든요. 기독교를 믿으면서 우상숭배가 충분히 가능해요. 하나님을 믿지 않고 돈을 믿고 이웃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요. 저는 타종교에 구원이 있냐고 따지는 사람들에게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너나 잘하세요' 대사를 들려주고 싶어요."  

- 일각에선 종교는 원래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모든 종교에는 자기 나름의 교리적인 차별성이 있어요.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국의 침례교 목사이면서 종교학 교수인 찰스 킴볼이 쓴 책 중에 <종교가 사악해질 때>를 보면,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가 나와요. 

첫 번째가 뭐냐면 절대적인 진리를 주장한다는 거예요. 자기 경전에서 일부 구절만 뽑아 그것을 절대 진리라고 주장하면, 종교가 타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뜻이에요. 종교는 '우리가 옳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만 옳다'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해요. 하나님이 진리이시지 내가 믿는 교리가 진리는 아니라는 거예요.

하나님이 진리이시고 하나님을 믿어야 구원받는 것이지 특정 시대에 특정 종교의 교리가 진리는 아니라는 겁니다. 하나님은 변함이 없으시지만, 내가 믿는 교리는 바뀌어요. 오히려 참된 신앙인이라면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내가 틀릴 수 있다'라는 자세를 갖는 게 옳아요.

기독교는 기독교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고 주장해요. 저도 거기에 동의해요. 중요한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는 거예요. 그것은 기독교인의 탁월한 삶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독교인이 누구보다도 착하고 약자를 잘 도와주고, 이 세상을 올바른 세상으로 만드는데 헌신적이어야만 가능해요. 그 삶의 탁월성에 동의하고 감동할 때 기독교가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저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그걸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 그럼 다른 종교 믿는 것과 구원이 상관없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우선 구원이 뭔지를 물어봐야 해요. 불교는 구원을 말하지 않아요. 이슬람도 구원을 말하지 않고, 힌두교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말하는 구원은 기독교 개념이에요. 기독교인이 기독교인의 개념으로 구원이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그것이 불교에 없다거나 이슬람교와 힌두교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웃긴 얘기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불교 믿는 사람이 기독교인한테 '너희에게는 열반이 없다'라고 말하면 웃긴 얘기 아니에요? 당연히 없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기독교 개념의 구원은 기독교에만 있는 거예요. 불교에는 당연히 없어요. 그러므로 '타종교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은 이상한 표현이에요.

기독교인이 소망하는 구원은 기독교를 통해서 얻게 되겠죠. 그것이 불교로도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만일 불교에도 기독교가 주장하는 구원과 비슷한 게 있다면, 그리고 불교인들이 기독교인의 방식이 아닌 자기네 방식으로 추구한다면, 불교가 추구하는 구원에 해당하는 것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얻어 내겠죠. 그런데 그걸 보고 기독교인이 '너희가 말하는 건 구원이 아니야'라고 한다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 표현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 십계명 중에 '너는 너의 하나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는 계명이 있잖아요. 타종교를 모욕하는 이런 행위는 십계명에도 위반되는 것 아닐까요?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십계명 중 제3계명은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예요. 저는 그 부분을 '하나님의 이름을 빌미로 자기 욕망을 성취하려고 하지 말라'고 이해했어요.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얘기하면서 결국 자기를 위해 하는 거고,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고 얘기하면서 결국 자기가 영광 받으려고 하는 게,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거릴 때마다 이게 나를 위한 것인지, 나의 종교를 위해서인지, 하나님의 유익을 위해서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해요."

"고발 조치 마땅... 기독교 내에서도 자정 목소리 나와야"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이영광
 
- 목사님은 노방전도(길거리에서 무작위 대중을 향해 복음을 전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노방전도 하시는 분의 신앙적인 열정은 존중해요. 그렇지만 그게 과연 효과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심해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도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거든요. 누군가의 집 문을 두드릴 수도 있고, 병원을 세울 수도 있어요. 학교를 세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처음 온 선교사들은 노방전도를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한국에 와서 맨 처음 병원 세우고, 학교를 세웠어요. 사람들한테 좋은 거 가르쳐 주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줬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이 서양인들이 하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된 거예요. 노방전도 할 수는 있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봐요. 특히 이번 사태처럼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고 모욕적으로 느끼게 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 5월 26일 MBC <뉴스데스크>와 인터뷰에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현상이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이런 단호한 조치도 때때로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단호한 조치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그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단호한 조치는 이미 평화나무에서 고발한 것을 지칭해요. 그동안 타종교에 대한 공격적 자세를 보이는 것에 법적인 조치까지 들어간 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이젠 그런 것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린 거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 내부적으로 단호한 금지 조치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의 근본주의적인 자세를 지지하기에, 교단 내부에서 조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기독교 외부에서 이렇게 조치할 수 있게 제안은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 그럼 사회법 말고 교회 내에서는 할 수 없다고 보세요?
"위에서 말씀드렸듯 교계 내부에서는 주류의 사람들이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를 갖는 걸 어느 정도 공감해요. 타종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 그럼 일반 기독교인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려야죠.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이런 사람들처럼 몰지각하지 않다는 거를 보여 줘야죠. 기독교 외부에서 조치하기 전에 기독교 내부에서 교인들끼리 '우리 이러지 말자. 이거 옳지 않다'라고 하면서 자정하는 반성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 줘야 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
"불교인 여러분과 시민분들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제가 개신교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목사 중 한 명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요. 기독교가 사회에 모범이 되고 더 나은 세상을 이루어 나가는데 선도적으로 역할을 하는 교인과 교회가 많아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게재했습니다.
#남오성 #개신교 #부처님 오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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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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