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왕선택 제공
- 무엇보다 중요했던 게 북한 문제예요. 공동성명에 보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에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하겠다가 아니라 재확인 했다고 했는데 의미가 있는 건가요?
"아주 의미가 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미국에서는 정권교체로 새로운 행정부가 앞선 행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현상이 지난 20년 동안 반복됐어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외교를 아주 심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나마 만들어놨던 몇 가지 외교적 성과를 완전히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가 미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조차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 거예요. 이것은 미국의 신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는 굴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국 정부가 요청했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여준 것이에요. 미국 정부가 많이 배려해 준 거죠."
- 그럼 문재인 대통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인 건가요?
"충분히는 아니에요.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로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15점 정도는 빠진 게 있는데 그게 뭐냐면 북한이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복적으로 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미국의 고위 당국자 중 한두 명이 '미국은 북한을 적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죠.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서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북한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을테고요. 그러면 북미대화 분위기라든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가 탄력을 좀 받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없었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 바이든 대통령이 비핵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다른 맥락인가요?
"전혀 다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이라든가 미국의 네오콘 세력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선 비핵화 아니면 원샷딜, 빅딜 이런 개념들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면 그 뒤에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비핵화가 먼저 이뤄지고 상응 조치는 나중에 이뤄진다는 전제가 들어 있는 거죠.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입장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먼저 비핵화하라는 개념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용의 등을 밝힌다면 협상을 하게 될 것이고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 갈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거예요."
-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강조 했잖아요. 바이든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으로 방향을 옮긴 걸까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가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평가를 하는 것이고요.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지난 4월 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발표를 통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유연하고 또 단계적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는 기본 윤곽이 확인됐습니다. 그런 것들은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나온 것이고, 또 한국 정부의 요청을 미국 정부가 많이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겠다"는 부분도 있잖아요. 남북대화 독자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좀 조심스럽게 봐야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남북 간의 대화, 남북 간의 협상, 또 남북 간의 합의사항 이런 것들에 대한 독자성은 미국이 보장하는 게 아닙니다. 남쪽하고 북쪽하고 대화하고 합의를 했는데 당연히 독자성은 남한과 북한이 해결할 문제지요. 왜 미국이 그것을 보장합니까?
결국, 우리나라와 북한의 합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서 독자성이 결정되는 것이죠. 다만 실제로 그렇게 안 된 게 좀 있어요. 그게 왜 그러냐면, 남북간의 대화 과정에서, 협상 과정에서, 또 합의 과정이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에요."
- 그럼 남북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있다고 보세요?
"외교라고 하는 것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오늘은 공간이 없지만, 내일은 공간이 나올 수 있어요. 경제적인 문제라든가 정치적인 차원이라든가 법적 차원이라든지 문화적인 차원이라든가 다양한 접근법과 다양한 가능성, 외교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공간은 나옵니다."
- 공동선언문 중 '북한 인권'을 넣은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매우 중시하는 가치고 또 북한에서는 또 인권 문제가 나오면 회담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문서인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외한다? 이것은 미국이 입장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굴욕적이라고 여겼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인 차원에서 포함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그 문장을 보면 북한을 자극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게 아니고 북한이든 어디든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가 될 필요가 있다는,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죠."
"성 김 대북 특별대표, 북미 관계 진전에 도움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