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보? 그게 뭐라고!> 책 표지
한솜미디어
- 지난 4월 <보수? 진보? 그게 뭐라고!>라는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7년 만에 두 번째 책을 낸 건데 소회가 어떠세요?
"뿌듯하지요. 책을 통해서 지난 몇 년간 제가 이 나라 정치판에서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았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설레고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좀 대견스럽고 그렇습니다."
- <보수? 진보? 그게 뭐라고!>는 어떻게 출간하게 됐어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할 게 없어서 책을 썼고요(웃음). 10년 동안 지역구 관리 참 열심히 했는데 지난해 총선 때 지역구 뺏기고 나니까 갑자기 할 일이 없더라고요. 방송을 하긴 했지만, 그 공허함과 상실감을 메울 길이 없어 방황을 좀 했어요. 그때 한 선배가 그렇게 낙심해서 시간 허비하는 저를 보고 '전혀 조대원답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때 정신이 확 들면서 '그래 다시 시작하자! 뭐라도 집중할 걸 찾아서 다시 뛰자! 그게 조대원다운 거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늘 마음은 있었지만 바쁜 일과에 치여 엄두를 못 냈던 '책 쓰기'를 하게 된 거예요."
- '국회의원 3선 연임 금지법'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잖아요. 3선 후 한 번 쉬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건지, 아님 3선이면 아예 출마조차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세요?
"정확히는 '국회의원 3선 연임 제한법'이죠. 국회의원을 3번하고 나서 다시는 못 나오는 게 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장들처럼 네 번 연속은 법으로 금지하자는 거죠. 제가 그간 여의도 정치판을 바라보면 국회의원들 역시 네 번 이상 연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면 나라에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절감했거든요. 그리고 네 번 이상 국회의원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잠시 안식년 가진 후 재충전해서 다시 도전하라는 취지이기도 하고요.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서 똑같은 자리에 안주하여 10년 이상 있게 되면 아무래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에너지가 고갈되거든요. 처음 당선됐을 때의 감사한 마음과 낮은 자세보다는 '이건 원래부터 내 자리야'란 생각에 온갖 장벽을 쳐놓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가로막는 것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리고 세 번 정도 하고 나면 사실 한 개인이 그 자리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고 봐요. 그렇게 법을 만들어놔야 국회의원 하는 동안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도전을 위해 노력하게 돼요. 3선 정도 했으면 그다음엔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고 당 대표든 광역 단체장이든 더 큰 준비를 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기초단체장으로 역할을 바꿔 여의도에서 12년간 갈고 닦은 내공과 실력을 주민들과 좀 더 밀착해서 발휘해 보라는 거죠."
- 지난 21대 총선 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무능(無能), 무지(無知), 무치(無恥), 무의(無義), 무망(無望)이라 하여 '5무 정당'이라 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가요?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부분이 많고 이제 겨우 5.18 묘역 가서 무릎 꿇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국민들 눈에는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 보인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집권여당이 갈수록 국민 기대와는 반대로만 가는 거예요. 요즘은 더불어민주당이 5무 정당에 더 가까워져 버렸다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 아무래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공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고요. 분명 그분의 역할도 있지만, 충격적인 총선 패배 후 우리 당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핵심 당원과 지지자들도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큰 위기의식 속에 각자의 견해차를 잠시 뒤로 물리고 함께 힘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윤석열 대선 출마? 2027년이면 모를까, 2022년은 반대"
- 내년 대선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등판시키려는 보수 인사들을 향해 '정치의 기본조차 배우지 못한 초짜'라고 책에서 지적했어요.
"저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에요. 윤석열 전 총장같이 한 분야에서 평생을 보낸 분이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요. 그걸 다 건너뛰고 곧바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우리 당도 또 우리나라도 너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죠. 그래서 저는 반대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세워 나라를 맡기려 하는 것은 우량주 발굴을 통한 '투자'가 아니라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에 가까워요. 얼마 전 방송 나갔더니 패널 중 한 명이 '주식시장은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먹는 게임이지만 비트코인 시장은 돈 없는 사람도 50%의 승률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다'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대한민국 정도의 큰 나라가 실패와 성공의 확률이 50:50인 롤러코스터 장에 몸을 실을 수는 없는 거예요.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 불확실성과 위험부담을 많이 줄여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또 몰라도 지금 당장 비트코인에 나랏돈을 뭉치로 넣을 수는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인으로서 검증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마음이 있었다면 적어도 지난해 총선 전에는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들어 전국단위의 선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봤어야 했어요. 제 책에 '반기문의 실패가 윤석열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놨는데, 보수정당 역대 최악의 당 대표로 평가받는 '황교안의 실패가 윤석열에게 주는 교훈'도 함께 살피시라고 조언 드리고 싶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2027년 대선이면 모를까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범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세우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
-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엔 마땅한 후보가 보이지 않아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안철수 대표의 출마 선언 전까지 마땅한 후보가 안 보였잖아요. 누가 나와야 민주당 후보와 그나마 적은 격차로 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었어요. 그런데 상상도 못한 LH 사태가 터지면서 한순간에 민심의 쓰나미에 여당이 쓸려가 버렸잖아요. 마찬가지로 현재의 허약한 여당을 봤을 때, 남은 시간 동안 유승민, 원희룡, 안철수, 여기에 오세훈, 박형준 등 대선후보군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국민 가슴을 울릴 만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 홍준표 의원이 복당을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보나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홍준표 전 대표의 복당을 막는 것은 공정치 못한 처사로 보입니다. 저도 한번 탈당을 하면 당선되더라도 다시 못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 왔지만, 이미 권성동, 김태호 의원은 복당했잖아요. 그래 놓고 윤상현, 홍준표 의원만 안 된다는 게 어떻게 공정한 거예요?
홍준표 전 대표를 복당시키면 대선 앞두고 당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데, 당내에 들어와서 엉뚱한 소리 하시거나 구설수 만들면 그 때 당원권 정지든 출당이든 징계를 하면 되는 거예요. 만인에게 동일한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불공정'의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봐요."
"진영논리 벗어나 국민이 잘 사는 게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