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덕후' 사용은 자제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오마이뉴스
'덕후'란 일본어인 '오타쿠(御宅, おたく)'의 발음을 우리말로 변형시켜 만들어진 조어(造語)다. '덕후'만이 아니라 '덕질'이니 '입덕' 그리고 '성덕' 등 '덕후'에서 파생된 여러 말들도 생겨났다. '덕후'라는 말의 범람 현상은 오늘 우리 사회의 언어 생활에 일본어가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덕후'는 특정 취미나 사물, 인물 등에 깊이 몰입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그런데 어느 날 '국민MC' 유재석이 나오는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그가 이 '덕후'란 말을 썼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유재석은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 연예인이다. 아니, 연예인 그 이상이다. 최근 <시사IN>이 발표한 올해의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순위 조사 발표에 따르면, 1위는 2007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한 손석희 JTBC·JTBC스튜디오 총괄사장이고, 2위는 국민MC 유재석이다.
그만큼 유재석은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큰 존재다. 물론 '덕후'란 말이 생겨난 유래를 모르고 사용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앞으로는 '덕후'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별히 한글날에 즈음해 요청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계의 '일본식 영어' 남발 시정에 나서야
TV 프로그램의 자막을 보면, '덕후'를 비롯해 '텐션' '스킨십' 등 일본식 영어(화제영어)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일본에서 남발하는 'get'이라는 표현을 출연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면도 있다. 더구나 그것도 자막에 오롯이 아로새겨진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은 시청자, 특히 청소년층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일본식 영어 현상에 방송이 미친 요인은 실로 적지 않다.
차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에서 과도하게 남발되는 일본식 영어의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려 바로잡기에 나서면 어떨까. 이러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기 때문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한 문화평론가의 글은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서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그 분의 글에서 '콜라보'라는 용어를 볼 수 있었다. '콜라보'는 잘못된 일본식 영어다. 그 분의 글이 평판이 높기 때문에 사용하는 용어에도 높은 책임성이 수반되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어느덧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우리는 본래 한글이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언어적 자산을 보유한 나라다. 이제 우리도 언어적 자존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훌륭한 우리의 언어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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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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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단상] 유재석님, '덕후'란 말은 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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