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주최한 '제20대 대선의 의미와 6.1 지방선거의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인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었다.
공동취재사진
- 그래도 막판에 박지현이란 인물이 급부상하고, 2030 여성들의 결집도 이뤄졌던 점은 중요한 장면으로 남았다.
"제가 경선 전략을 맡았을 때 아주 세게 얘기한 것 중 하나가 여성이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권인숙 의원과 그 부분에서 계속 호흡을 맞췄는데, 그때는 2030 이런 것보다 도대체 여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거다. 조사를 해 보면 이재명 후보의 여성 지지기반은 확 낮은데.
저는 여성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이미 알고 있고, 그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진짜로 뭔가 있으리라고 봤다. 이번 대선에서도 2030, 특히 여성들의 지지가 훨씬 좋아진 게 사실이고. 원래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문제, 특히 성차별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고 사회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이슈다.
그런데 대선은 그 시대에 우리가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을 꺼내 들고 미래에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를 논의하고 경쟁하는 장이다. 이때 모든 문제가 드러나야 하는데 여성문제가, 특히 젠더갈등이 크게 있었음에도 고민이 부족해서 여성 관련 단위를 따로 꾸리고 심지어는 '무슨 행사하고 그러면 제발 후보 옆에 의원말고 여성이, 새로운 인물이 좀 보이게 하라'는 얘기를 계속 했다. 하지만 나중에 선대위에서도 어디로 사라진 듯하다가 남인순, 정춘숙, 권인숙 이런 분들이 겨우겨우 되살려냈더라."
- 앞으로 어떻게 하냐가 중요할 텐데.
"여성할당제밖에 없다. 그럴싸한 얘기들은 소용없고, 그냥 공직선거법을 바꿔서 지금부터 '특정 성별이 (국회의원 등을) 65% 이상 못한다'고, 그 다음에는 60%, 또 55%, 이걸 10년 잡고 가야 한다. 저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경험이 있냐면, 기자-연구자-시민단체-행정-청와대 쭉 일해 보면 동일한 조건에선 여성이 낫다. 성실하고, 꼼꼼하고, 나쁜 짓 안 한다. 그래서 광주 광산구청장 할 때도 여성 간부가 너무 없어서 아예 여성 승진 트랙을 따로 뒀고, 8년 중 11개월 빼고는 (핵심 보직인) 인사팀장이 모두 여성이었다. 인사팀장, 예산팀장, 감사팀장 모두 여성인 적도 있는데 지역신문에 '광산구 여성전성시대'라고 나오더라. 그게 아니라 형편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올렸을 뿐이었다.
정치판을 바꾸는 방법? 여성할당제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역대 광역단체장에 없다? 법으로 만들어서 무조건 공천하게 하면 왜 없나. 문을 안 열어놓고 들어오라고 하면 되나. (여성할당제를 말하면) 현실이 어쩌고 저쩌고, 사람이 있고 없고 하는데, 없으면 사람을 만들어야죠. 여성아카데미 하면 많이들 온다. 하지도 않고, 배제만 하면서 하는 얘기다."
- 민주당이 여성정치의 활성화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인가.
"안 하면 안 된다."
"현장 못 따라가는 여의도... 민주당, 노선까지도 검토해야"
- 이번 선거과정만 봐도 현실은 정반대였는데.
"그 또한 실망스러웠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상황을 주도하고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풀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우회하고 피하려고 한다. 그때마다 '현실이 어떻다'는 논거를 대왔다.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으니까 앞으로 이걸 풀어가려면 당이 예전처럼 계파로 나뉘어서 서로 자기 그룹의 이해관계를 앞세우지 않고, 분열하지 않고, 내부에서 끊임없이 통합과 연대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가능할까? 제가 어제 토론회에서 '(여성정치의 가능성을 강조한) 발제자와 토론자의 말씀에 동의하지만, 가능하지 않다'고 발언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 정치인들이 자신을 먼저 챙기기보다 '여성정치 활성화'라는 가치를 앞장세울 수 있을까? (당 전반의 모습을 볼 때) 우려스럽다. 결국 민주당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노선까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인가?"
- 중산층은 '화이트칼라(사무직)'에 가까울 텐데, 3월 10~15일 1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 대선 패널조사를 봐도 화이트칼라에선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더 높았다(이 54.5%-윤 41.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저소득층, 블루칼라(현장·생산직) 등 '서민'들은 윤석열 당선인으로 쏠렸더라.
"우리가 말하는 '서민'은 경제적 요소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가까운데... 용기가 충분하지 못했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인빈곤, 노동자 문제에서..."
- '공정한 성장의 회복'을 말했지만, 핵심은 불평등인데 언급조차 잘 안 됐다.
"안 하는 게 이상한 거다. 사실 우리가 불평등 이슈를 들고나와서 득점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서 이걸 갖고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들은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고. 하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이 있다 보니 불평등 이슈가 짐이 돼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본소득 같은 걸 뒤로 뺀 게 맞았나? 적극적으로 들고 나와야 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누구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 안 했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 그래서 노선까지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 대목에서 정치교체가 나오는 거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 정치가 변화를 선도하진 못할 망정 따라가지도 못하는 지체 현상이 있다. 여의도 정치가 현장 정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테면 에너지 전환, 공동체적 가치, 빈곤문제 대응 등은 이미 지역현장에선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여의도에서는 이 문제를 보는 정도면 다행이다. 거기에 대응하거나 그것을 끌고 갈, 미래에 대한 기획이 없다. 사법은 과거를 심판하고, 행정은 오늘을 집행하고, 입법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가 이중침체를 겪고 있다. 현재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도 못하고."
-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텐데,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청년 공천 30% 하기로 한 것부터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 맨날 '저쪽은 안 하는데 우리만 그러면 진다'고들 하는데, 그 논리를 계속 대면 유리천장에 갇혀서 점프할 수 없다. 질적 전환을 강제해야 할 만큼 정치가 지체된 상황이다. 다들 알고는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최대 걸림돌은 정치문화... 모순 있으면 깨고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