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문장 - 글쓰기 스킬로 연수입 10배 올린 어느 현직 마케터의 실전 테크닉 33.
인플루엔셜(주)
이 책의 저자 가나가와 아키노리는 86년생으로 꽤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마케터이자 사업가, 투자가, 회계사, 경영 컨설턴트, 작가 등등. 그가 다소 젊은 나이에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비결이 뭔지 많은 사람들이 물었는데요. 그때마다 저자는 '마케팅 관점의 글쓰기를 익힌 것'이 자신의 일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대요.
도대체 어떤 글쓰기 스킬로 연수입 10배를 올렸다는 건지, 저는 마케터는 아니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전 테크닉 33'이라는 부제를 보면서 기꺼이 낚일 준비를 하고 책을 듣게 되었어요(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들었습니다).
그전에 제 글쓰기를 한번 돌아봤어요. 내 글(이라는 상품)을 <오마이뉴스>나 브런치 등의 글쓰기 플랫폼(일종의 마켓이죠)에 공개할 때의 마음은 어떠한가, 작가의 말대로 마케터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 거예요.
우선 저는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의뢰를 받아 써야 하는 글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글은 그렇게 시작해요. 떠오를 때마다 쓰는 경우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한 주제에 대해 꾸준히 쓰는 습관이 생겼어요. 이건 대단히 우연히 생긴 글쓰기 습관인데요. 글쓰기를 연재로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2013년 '땀나는 편집'을 시작으로, 2015년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2018년 성교육 전문가 심에스더님과 함께 쓴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9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20년 '편집자만 아는 TMI', 2021년 '꾸준하게 쓰는 법'(브런치 연재) 그리고 2022년 '쓰라고 보는 책'까지 어쩌다보니 저는 계속 연재 인생을 살고 있어요. 온전히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요.
저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훗훗) 책을 낸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연재 글을 모아 첫 책을 계약했거든요. 그 후로 6개월이든, 1년이든 한 주제에 대해 일정 간격을 갖고 꾸준하게 글을 쓰면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매운 걸 알면서도 맛있으니까 자꾸 먹고 싶어지는 떡볶이처럼 쓰는 일도 고통스럽지만 하면 재밌고 설레기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 하나도 그냥 허투루 쓰게 되지 않지요. 단행본의 초고를 쓰는 마음으로 시작하거든요. 무엇을 쓰고 싶은지, 즉 무얼 말하고 싶은지를 깊이 고민하고, 이 글을 읽은 독자가 적어도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았네' 하는 생각이 들게 뭐라도 하나 얻어갈 수 있는 글이길 바라고 써요.
나의 경험 중에서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일을 고르고, 흥미 있어 할 만한 에피소드를 찾고,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기가 아닌, 독자를 염두에 두고 '공적으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저의 타깃 독자예요. 그들이 좀 더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읽고 쓰는 사람인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마케터가 말하는 문장 쓰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그랬지요. 저자는 가장 좋은 문장은 상대가 읽고 싶은 문장이라면서 읽고 싶지 않은 문장은 메시지 전달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좋은 문장을 써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요.
'독자'를 향하는 글쓰기
저는 이 책에서 글쓰기를 문장 쓰기라고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글쓰기의 가장 기본 단위가 문장이라서일까요?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는 문장 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들을 때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제대로 써야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공감하게 되었어요. 한 문장을 잘 써야 그다음 문장을 읽고 싶어지고, 끝까지 읽고 싶은 글이 된다는 것을요.
저자는 좋은 문장을 쓰려면 글 하나에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도 말해요. 하나의 글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 대체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 것인지 파악이 쉽지 않아요. 저자는 글이 재밌게 읽혀도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면 좋은 문장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요. 이런 말은 마케터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독자가 낙오되지 않게 하는 법'도 흥미로웠습니다. 저자는 글을 읽는 독자가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넣어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낙오하는 학생이 없도록 단원평가를 자주 하는 것처럼 글도 쓰는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넣어서 풀어줘야 독자가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잘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저도 청탁할 때 가능하면 에피소드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런 지점을 잘 짚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런 말이 난생처음 듣는 말은 아닐 거예요. 자주 들었지만 쓰는 입장에서는 독자 입장에서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죠. 작가는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친절하게 '방법'도 알려줘요. '나는'을 '당신을'으로 바꿔서 써보라고요. 읽는 사람을 설득하고 싶을 때 쓰면 좋은 방법이라면서요.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를 가르치려고 할수록 읽는 사람은 삐딱하게 듣는다면서, 문장의 초점은 반드시 읽는 사람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무릎을 치면서 들었어요.
글을 검토하는 제 입장에서 볼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글들은 대부분 이런 이유들이었거든요. '이걸 독자가 궁금해할까?' '왜 이 글을 독자가 봐야 할까?'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도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같은 생각이 드는 글이요. 이런 글들은 저자가 말했듯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쓴 글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글이 의식적으로 독자에게 향할 때 독자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고 느낀다고 저자는 말해요. 마케터가 좋다고 생각하는 문장이 제가 글을 보는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독자와 만나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케터의 문장 - 글쓰기 스킬로 연수입 10배 올린 어느 현직 마케터의 실전 테크닉 33
가나가와 아키노리 (지은이), 김경은 (옮긴이),
인플루엔셜(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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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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