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주변을 풀로 덮어준 것작물 주변의 풀을 낫으로 벤 다음 다시 작물을 덮어줘서 풀이 자라는 자리를 막고 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했어요.
박정선
저도 처음에는 잡초를 놔두냐, 없애냐를 두고 고민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풀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니 완전히 없애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잡초를 없애려는 이유는 뿌리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작물을 키우는 동안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어요. 또 도시에서 자란 사람 눈에는 잡초지만 그중에는 식용 풀도 있을 테니 모조리 없앨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상 상황! 진딧물의 습격~ 물엿으로 돌격~
작물은 동반작물끼리 배치하면 좋은데요. 그래서 저는 콩을 심고 주변에 옥수수를 심었어요. 콩과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주변 작물에 거름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해서요. 옥수수는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콩과 동반으로 심은 거죠.
그러다가 며칠 밭에 나갈 수 없어서 그동안 잘 먹고 잘 자라라고 웃거름(소변)을 원액으로 옥수수에 뿌려줬어요. 그사이 비는 내리지 않았고, 바쁜 일을 끝내고 텃밭에 나갔는데 그만 자리에 서서 울상이 되었답니다.
잘 자란 옥수수 대에 시커멓게 뭔가가 붙어 있었어요. 진딧물이었어요. 너무 징그럽기도 하고 온통 다 붙어 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죠. 그렇다고 자연농으로 시작했는데 진딧물을 죽이는 농약은 치기 싫더라고요.
아는 분께 여쭤보니 일단 물엿을 물에 타서 전체적으로 뿌려 진딧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시간을 벌어보라고 하셨어요. 신기했어요. 보통 진딧물이 생기면 마늘을 물에 타서 뿌리거나, 마요네즈를 물에 타서 뿌리는데요. 물엿을 사용하는 방법은 저도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2~3일에 한 번씩 물엿을 4차까지 뿌려줬지만, 결과는 실패였어요. 햇볕이 좋고 건조할 때 뿌려야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물에 희석한 물엿을 열심히 뿌려줬는데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바로 개미들이 진딧물과 공생을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밭에 갔을 때, 한쪽에 개미굴이 있었는데 그냥 뒀거든요. 개미들은 진딧물이 식물을 통해 얻은 단물을 먹고 다시 진딧물을 다른 작물에 옮겨주며 공생한다는데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생태계에는 천적이 다 있는데 농약이나 환경오염 등으로 천적이 사라지면 특정 벌레들만 굉장히 많이 생긴다고 하죠. 대단히 많은 개미가 보였지만 그들도 하는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해서 그냥 뒀는데 진딧물이 너무 많으니 개미가 밉기는 하더라고요. (하하)
갑자기 진딧물이 많아진 것은 아마도 콩밭 주변에 웃거름 원액을 뿌려서 영양분이 과다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른 고랑에 심은 옥수수들은 웃거름을 똑같이 줬는데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가만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게 자연인데, 그 며칠 못 나간다고 욕심을 냈던 건 아닌가 했어요.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거름을 잘 넣어줬으면 차라리 방치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옥수수는 떠나보냈지만 자연농 방식은 포기할 수 없으니 인간이 뭔가를 더하려는 습성을 되도록 버리기로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