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밥국
박정선
임플란트하기 위해 흔들리던 이를 뽑기 전날, 씹지 않고도 술술 넘길 수 있는, 옛날부터 먹었던 '김치밥국'(모양만 보면 김치죽이나 김치 국밥이라고 부르면 될 텐데 경상도에서는 김치밥국이라고 부른다)을 끓이기로 했다. 이 뽑은 다음에는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하니까 미리 끓여 놓기로 한 것이다.
김치밥국은 어릴 적부터 엄마가 추운 겨울에 속이 따뜻해지라고 끓여 주셨던 추억의 음식이다. 서울에 사는 동안 비슷한 이름을 들어 보지 못했던 걸로 봐서, 아마도 경상도나 아랫지방에서만 그렇게 부르며 먹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겨울엔 따끈하게 해서 먹지만 지금 같은 여름에도 냉장고에 뒀다가 차갑게 먹으면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식으면서 밥알에 김치 양념이 잘 스며들기 때문이다. 마치 라면에 찬밥을 말아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던 어느 라면 광고처럼 말이다.
이름을 밥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찬밥을 넣고 끓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씻은 쌀을 참기름에 볶아 만드는 죽과는 달리,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신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양파와 파를 다져 넣어 볶다가(우리 집은 기름 없이 물로만), 멸치 육수를 붓고, 찬밥을 덩어리째 넣어서 끓이면 완성이다.
더운 여름에 음식 만드는 것이 힘든 일임을 아는 엄마는 내가 좀 더 쉽게 끓일 수 있도록 엄마만의 방법을 알려주셨으니, 그것은 바로 "찬밥 넣고 나서 주걱으로 밥 풀지 마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