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까지는 영상 노출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진혜련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거실 TV를 패브릭 커버로 덮어놓았습니다. 아이가 있을 때는 거의 TV를 틀지 않았고요. 대신 라디오를 켰습니다. 그때는 '굿모닝 FM 전현무입니다', '장일범의 가정음악',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Radio Swiss Classic(24시간 클래식 음악만 나오는 앱)' 등 저만의 편성표가 있어서 늘 틀어놓았어요.
태교 때부터 들었던 <백창우의 음악태담>과 <최승호, 방시혁의 말놀이 동요집>, <놀이동요 : 인기 동요>, <전래동요 : 우리 겨레 우리 동요> 등도 많이 들었고요. 그렇다 보니 아이는 시각 미디어보다는 청각 미디어에 익숙해졌습니다. 이러한 생활 습관은 청각 능력 및 듣기에 대한 집중력을 발달시켜 이후에 영어로 영상 노출을 할 때도 주의 깊게 듣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봅니다.
[비결2] '영상=영어'로 인식하기
둘째, 영상 노출은 영어로만 하였습니다. 영상을 보고 싶으면 무조건 영어로 보도록 했어요. 아이는 영상을 처음부터 영어로만 봤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기며 잘 따랐습니다. 아이에게는 '영상=영어'라는 인식이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하루는 묻더라고요.
"친구들은 우리말 영상을 보는데 왜 나는 영어로만 봐야 하는 거예요?"
"우리말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영어 영상을 멀리하게 될 가능성이 커. 그렇게 되면 영상을 보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어려워지니 학원에 다니거나 훈련식으로 배워야 할 거야."
"저는 학원은 안 다니고 싶어요. 이게 훨씬 나아요."
그러면서 아이는 자신이 친구들과 다른 이유가 진짜 궁금했다고 하더라고요. 영어 영상 시청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우리말 영상입니다. 우리말 영상에 많이 노출되면 영어 영상을 보기가 힘들어져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영상을 볼 때는 좀 더 귀 기울이고 집중해야 하니 인지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되죠.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우리말 영상과는 달라 점점 보기 싫어집니다. 영어 영상을 잘 보기 위해서는 대체할 수 있는 영상이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가능한 우리말 영상을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영상 보는 것이 아쉬워서라도 영어 영상을 찾게 될 거예요.
열 살인 아이는 지금도 축구 중계방송, 스포츠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뭉쳐야 찬다' 외에는 우리말 영상을 잘 보지 않습니다. 이제는 제가 일부러 제한을 두지 않는데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계속 영상은 영어로만 봐와서 그것이 더 익숙하고 편한 듯해요.
규칙은 아이와 의논해서 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