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에서 곶감만들기가을에 만들어 두면 좋은 겨울철 간식. 곶감 가운데를 잘라 펼치고 씨를 뺀 다음 호두를 넣고 말아도 맛있다. 사진은 첫 해에 찍어 놓은 사진.
박정선
감나무는커녕 아직 시골로 발 한쪽도 못 내밀었지만, 곶감 만들고 밤으로 송편 만드는 것은 지금도 할 수 있으니 대도시 아파트에서 엄마와 함께 만들어 먹기로 했다.
올해도 내가 긴 장대로 감을 따면 엄마는 떨어지는 감을 받았다. 2인조 감 따는 모녀는 그렇게 감을 따고, 닦고, 깎아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말렸다. 첫해에는 뭣 모르고 실로 감을 매달아 말렸지만, 지금은 곶감걸이도 사고 감 따는 기구도 사자고 했다.
거기다가 올해는 밤으로 송편도 만들었다. 송편은 추석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올 추석은 너무 일러 밤 송편은커녕 그냥 송편도 먹지 못했다. 게다가 엄마는 떡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밤 송편을 만들어 보자는 내 말에 은근히 좋아하셨다.
우리의 목표는 망개잎 밤 송편! 만들기 전날, 쌀을 불려놓고 밤부터 삶았다. 엄마는 막상 만들려니 엄두가 안 나는지 밤 대신 꿀이나 설탕을 넣자고 했지만, 놉! 그럴 순 없다. 옛날에 엄마가 딱 한 번 만들어준, 달지 않은 밤 송편이 나는 먹고 싶었다.
밤 속을 숟가락으로 파내고 꿀을 조금 넣어 단맛이 나랑 말랑, 촉촉하게 소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불린 쌀은 다음날 떡집에 맡겼다. 쌀가루가 되길 기다리는 동안 망개잎을 따러 가면 된다.
찾아온 쌀가루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반죽해서 네 덩어리로 만들었다. 그것을 한 줌 떼서 가래떡같이 길쭉하게 만든 다음 송편 하나 만들 만큼 다시 떼고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편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