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손질말린 미역도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미역 특유의 냄새가 없어진다고 한다.
박정선
미역국은 들어가는 건더기(해산물, 소고기, 황태 등)만 조금씩 다를 뿐, 다들 비슷하게 끓이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우리 집과 다른 방법으로 끓인 미역국을 처음 본 것은 오래전 어느 찜질방에서였다.
뜨끈한 찜질방에서 친구와 수다 떨며 놀다가 허기져 구내식당에 갔다가 시킨 미역국. 테이블 위에 놓인 국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는데 그릇 안에 하얀 알갱이들이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다진 마늘이었다.
놀란 나는 친구에게 "서울은 미역국에 마늘을 넣어?"라고 물으니 친구는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응, 그럼 부산은 안 넣어?"라고 되물었다. 서울은 미역국에 마늘을 넣는단다. 전혀 몰랐다.
미역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예전 하숙집 아주머니가 끓여주던 방법이다. 어느 날 아주머니에게 하숙비를 드리러 갔는데 가스레인지 위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볼일을 보고 나오다가 혹시 불 위에 냄비 올려놓은 것을 잊어버리신 건 아닌가 싶어 되돌아가서 말씀드렸더니,
"아, 그거 미역국인데 미역국은 오래 끓여야 하거든. 그래서 아침에 미역국을 줄 때는 저녁부터 끓이잖아, 내가. 그러면 국물이 뽀얗게 나와서 더 맛있어."
미역국을 만들 때 마늘을 넣는다는 것도, 부들부들하고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끓인다는 것도, 그때까지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마치 세프들이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픽(pick)'이 있는 것처럼 엄마들도 오랜 시간 정성들여 식구들을 먹이다 보면 스스로 터득하는 지혜들이 하나둘 생기는 것 같다.
미역국을 끓일 때 우리 엄마의 '픽'은 미역을 힘주어 빠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귀찮고 힘드니까 그냥 끓이자고 해도 엄마는 그게 뭐가 힘드냐며 계속하신다. 어쩌면 그래서 엄마의 미역국이 내 입에는 더 깔끔한 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미역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