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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에 신경 쓰는 미국의 진짜 속내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한국 과거 희생하는 방식으로 3국 협조체제 내일 도모하려 해

등록 2022.12.13 15:12수정 2022.12.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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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9월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둘러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9월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일 식민지배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월 11일(미국 시각)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을 때도 '1~2년 이내의 한일관계 강화' 방침을 제시했다. 북한 견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도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식민지배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방문 직전인 지난 9월 25일 일본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도쿄에서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9월 25일자 <미국의 소리> 기사 '미 고위 관리 한국 안보 우려 이해해···한일관계 개선 독려'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는 한·일 협력이 미국에 이롭다다고 말한 뒤, "우리는 이것을 계속 장려할 것"이라며 "부통령은 이곳 도쿄에서 가진 회담 때 그렇게 했다"고 소개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도 지난 1일 외신기자 설명회 때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 문제가 가로놓인 상황에서도 양국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

미쓰비시·일본제철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판결에 불복함에 따라, 피해자들은 이들의 국내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과 현금화를 신청했다. 이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미국의 분위기는 위의 사례들뿐 아니라 람 이매뉴얼 주일미국대사의 인식에서도 느낄 수 있다.

박진 외교부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고 12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이매뉴얼 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작년 10월 20일(미국 시각) 인사청문회 때는 "20세기가 21세기의 기회를 뺏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역사문제를 봉합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20세기에 벌어진 한·일 식민지배 문제가 미국의 21세기 이익을 침해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표시했다. 이런 입장을 자주 피력한 그가 지금 시점에 비공식으로나마 한국을 방문해 박진 장관을 만났으니,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한일관계에 신경쓰는 미국


지금 미국이 한일관계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상반되는 두 개의 기류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범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는 한국 대법원의 결정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과, 일본이 '선제타격 능력' 및 '적 기지 공격능력'과 동일한 '반격 능력'을 갖게 되는 상황이 맞물려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자가 후자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수비 전문인 전수방위원칙에 매여 있던 일본이 반격능력을 토대로 대북·대중국 견제력을 높이게 되면 미국의 군사적·전략적 부담도 그만큼 경감된다.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덜 일으키면서도 북한과 중국을 근거리에서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이런 구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일본이 반격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놓아야 한다. 12일자 <TV 아사히 뉴스> 기사 '일·미 가이드라인 7년 만에 개정할 방침, 반격능력 보유 등 근거로(日米ガイドライン 7年ぶり改定の方針 反撃能力保有など踏まえ)'는 "정부는 이러한 방향성을 토대로 내년 1월로 검토 중인 일·미 수뇌회담이나 외무·방위 각료 회합, 이를테면 2+2에서 일·미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향한 협의를 개시할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반격능력이 페이퍼 상의 능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 되도록 하려면 미·일 간의 협력은 물론이고 한·일 간의 협조 역시 요구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통해 양국 군대가 정보 교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9월 30일과 10월 6일 있었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자주 거행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한 논의가 일본에서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중의원 안보위원회·외무위원회 및 '북조선에 의한 납치문제 등에 관한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중의원 홈페이지 회의록에 따르면,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하마치 마사카즈(浜地雅一) 의원은 한·미·일 군사협력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는 중국·러시아의 비판을 거론한 뒤 "나는 일·미·한의 공동연습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은 한·미·일 협력이 억지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대신은 9월과 10월에 있은 한·일 군사협력들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훈련은 일미동맹의 긴밀한 연계를 내외에 보여줌과 함께 지역 안전보장상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3개국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하마치 의원의 발언에 동조했다.

한미일연합군사훈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동해, 한미일 대잠전훈련 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가한 미국 측 전력들이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앞쪽부터),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동해, 한미일 대잠전훈련한미일 대잠전 훈련에 참가한 미국 측 전력들이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앞쪽부터),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해군
 
그런데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혹은 한일 연합군사훈련의 정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한·일 역사문제다. 독도 인근에서 벌어진 합동군사훈련을 두고 한국 내에서 친일 논란이 발생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강제징용·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이 훈련에 안정적으로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가을에는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여 훈련을 성사시켰지만, 친일 논란이 계속 반복되면 정권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어 훈련 참가를 장담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 골드버그 주한대사, 이매뉴얼 주일대사 등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의 불똥이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기인한다.

그런데 미국이 이 사안에 대처하는 방식은 한국 국민에게 유리하지 않다. 한일관계의 문제점을 제거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한다는 미국의 방침은 한국인들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국민들이 열망하는 과거사 해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적당히 무마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과거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삼국 협조체제의 내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부속협정들도 그런 식으로 체결됐다. 케네디 행정부를 뒤이은 린든 존슨 행정부의 압력하에 이뤄진 1965년 협정들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문제삼지도 않고 그것의 청산을 추구하지도 않았다. 한·일 국교정상화와 한미일 협조체제의 구축에만 주안점을 뒀을 뿐이다.

2006년에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인터뷰로 뒤늦게 알려진 1965년 1월 11일 독도밀약도 그러했다. 미국의 압력하에 체결된 이 밀약은 독도가 한국 땅이었음을 분명히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1905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한 일본의 결정이 불법적이었다는 점도 확인하지 않았다. 독도로 인해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만 치중한 밀약이었다.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위안부 합의도 그랬다.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하에 체결된 이 합의는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결여한 채 지원금·위로금 명목으로 전쟁범죄를 무마하려 했다. 위안부 강제연행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잘못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핵심 조치를 빠트렸던 것이다.

한국의 과거를 희생시켜 삼국협력 체제의 내일을 다지는 이 같은 접근법이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구사되고 있다. 과거사로 인한 상처가 한국의 과거는 물론이고 한국의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국의 미래에도 그러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바이든 정부는 한국의 과거를 크게 배려하지 않고 있다.

이매뉴얼 주일대사는 20세기 때문에 21세기의 기회를 빼앗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20세기를 무시하고 자국의 21세기만 위하는 미국의 한일관계 중재가 가진 본질을 반영하는 발언이다. 한국 국민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흐름이 윤석열 정부가 참여 중인 한·미·일 협조체제의 근간을 흐르고 있다.
#한일관계 #한미일 관계 #반격능력 #일제 식민지배 문제 #과거사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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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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