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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석방결의... 계엄령 선포로 재수감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 14] 서민호는 권오병 검사에 의해 살인혐의로 기소되었다

등록 2023.01.12 15:26수정 2023.01.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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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전시여서 국회의원들에게 호신용 모젤 권총을 휴대케 하였다. 그는 해외 유학시절에 스포츠용으로 권총사격을 했던 것이 이번에 자신의 생명을 구하게 된 선제 타격의 솜씨였다.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다.
서민호는 권오병 검사에 의해 살인혐의로 기소되었다. 

국회가 4월 26일 유홍·이석기·김광준·김정기·조정훈 의원 등을 현지에 보내 독자적인 조사를 하고, 현장수사를 지휘한 권오병 검사와 서상권 법무장관을 불러 질의를 하였다. 서범석·유홍·이용설·엄상섭 의원 등은 서 의원을 살인혐의로 몰아가는 검·경의 수사태도를 비난하면서 정당방위였음을 지적했다.

특히 세브란스의대 출신 이용설 의원은 서 대위가 "돌아섰을 때 총을 맞았다는 수사당국의 주장에 대해 치명상을 준 탄환은 서 대위가 돌아섰을 때 허벅다리에 맞은 탄환이 아니라 가슴과 배를 맞은 1탄과 2탄이며 그것은 서 대위가 여섯 발의 총알을 쏜 다음에 발사된 것"이라고 법의학적인 이론을 들어 반박했다. 검사출신인 엄상섭 의원은 다른 증인들의 증언은 듣지 않고 여관종업원의 말만 듣고 대문으로 나가는 것을 쏘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상대방이 총을 겨누고 덤벼드는 데 생명의 위급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며 뒤에서 쏘았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살인이 아니라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5월 14일 부산형무소에 수감된 서민호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안을 제안, 재석 103명 중 가 94표로 가결하였다. 반대는 한 표도 없었다. 그는 이날 국회의 석방결의에 따라 석방되었다. (주석 2)

이승만 대통령이 5월 25일 느닷없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그는 재수감되었다. 계엄선포의 큰 목적은 대통령직선제를 강행하는 데 있었지만, 그를 재수감하는 데에 곧바로 적용되었다. 그리고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살인사건도 충격적이거니와 국회가 서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를 했던 것이 이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던가는 경무대를 찾아간 신익희 의장에게 한 대통령의 말로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렇게 분개했던 것이다.


"…국회가 그래 무엇을 하자는 국회야, 민의에 배반해서 아무거나 결정하기만 하면 국회라고 해공(신익희 아호ㅡ필자)은 생각합니까. 살인자는 사(死)야. 우리 군인 대위를 죽인 자를 가두었더니 그래 국회의원이라 해서 석방을 시키고… 이게 잘했다는 말입니까?" (주석 3)

당시 국회출입 민완기자이던 김진배는 "서민호가 이승만 정권의 가시였음은 틀림없다. 그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국민방위군사건과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파헤친 사람이었고 서범석·엄상섭·정헌주·김의준·권중돈·이석기 등과 함께 '七七구락부'를 만들어 반정부공세를 펴왔었다. 국회의원 소환운동이 벌어지자 '소환하라'는 정도를 넘어 '타도하라'는 삐라가 붙여진 한 사람이었다." (주석 4)라고 상황을 기록했다.


서 의원이 이례적으로 경호원을 네 명이나 데리고 지방에 갔던 것이나 권총의 안전장치를 푼 채 포케트에 넣어두고 있었던 것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서민호는 누군가의 사주, 틀림없이 정부고위층의 사주에 따라 서창선 대위가 자기를 살해하려고 여수에서부터 미행해왔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도 이승만 독재의 희생이 되었지만 서창선 대위에게도 동정이 갑니다. 그 젊은 사람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으로 봐요. 순천으로 떠나기 며칠 전 장택상 부의장이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이 박사가 당신을 잡으려 하니 왜관에 있는 우리 집안 제각에 잠깐 피신하는 게 어떻겠소…' 라고 해요. 그러나 나는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순천에 가기로 결심했지요. 부산에서 여수로 오는 배안에도 군복차림에 노란 목도리를 한 청년이 다발총을 메고 우리를 미행해왔어요. 더구나 서 대위가 평화여관에 오기 전에 다방에서 몇 사람의 청년들과 차를 마시며 '오늘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치워야지'라고 말했다고 그래요… 그게 무슨 뜻이겠나이까." (주석 5)


주석
2> 김진배, <비화 제2공화국>, <동아일보>, 1973년 11월 17일.
3> 앞과 같음.
4> 앞과 같음.
5>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서민호 #월파_서민호평전 #월파서민호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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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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