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고기를 낚아채 지붕 위로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모드 헌트 스콰이어, 1901년
아트비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2023년 올해 초복은 7월 11일이다. 정확한 복날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진나라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추측한다. 사마천(BC145?~BC86?)이 쓴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진나라 때 해충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를 잡아 삼복 제사를 지낸 뒤 고기를 나눠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2천 년도 넘은 기원전 시대부터 여름에 육식을 하는 풍습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복날로 자리 잡게 되었다.
복(伏)은 '엎드리다'는 뜻으로, 사람 인(人)과 개 견(犬) 자로 이루어져 있어 '너무 더워,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지낸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삼복에는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무더운 기운을 두려워해 세 번 엎드리고 나면 더위가 지나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 '복중, 삼복더위의'를 뜻하는 말은 Dog-day이다. 우리나라처럼 초복, 중복, 말복같이 복날의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의 덥고 무더운 날을 뜻한다. dog days라고 하면 보통 7월 3일부터 8월 11일까지의 기간이다.
이 단어는 여름철에 볼 수 있는 별자리 중 큰개자리의 시리우스(Sirius)에서 유래했다.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데 ' 개의 별'이라고 불린다. 옛사람들은 시리우스가 한낮에 태양 근처에 있어서 더욱 더워졌다고 생각했다. 즉, 태양의 열기와 시리우스의 열기가 결합해 더욱 뜨거운 날이 된다고 믿었다.
복날의 음식, 육개장
복날의 음식이라 하면 삼계탕이 대표적이지만, 육개장 역시 복중 음식의 하나이다. 육개장을 종종 육계장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 어원을 생각하면 쉽게 '계'가 아닌 '개'임을 알 수 있다.
1946년 최남선이 저술한 <조선상식문답>에서는 육개장을 '개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쇠고기로 개장국 비슷하게 끓인 국'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은 조선에 관한 상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저술한 문답서이다. 흔히 보신탕으로 불리는 개장국은 여름철 보신하는 복날 음식으로 이용했다. 구장이라고도 부른다.
농가월령가 8월령에 보면,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 갈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에 갈 때에 개고기와 함께 떡과 술을 보낸다는 뜻이다.
<경도잡지>, <동국세시기>, <조선세시기> 등 세시풍속지에는 개장국에 대해서 '개를 잡아 흰 파를 넣고 국을 끓여서 고춧가루를 뿌리고 흰밥을 말아서 먹는다'고 설명했다. 육개장은 소고기(주로 양지머리 부위)에 파와 나물을 넣고 맵게 끓이는 탕으로, 개장국을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육개장은 개장국에서 비롯된 음식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