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정 낙위음로베짱이가 이슬을 마신다는 뜻.
공유마당
역설적이게도 현재 심사정은 정선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림을 배웠다. 상류층의 화려한 삶과 몰락한 양반가의 어울림이라니 역사는 때때로 잔인하기 그지없다. 현재는 때마침 조선 집권층에 유행하기 시작한 남종문인화를 즐겨 그렸다. 아마도 그의 한 많은 삶이 실경보다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관념산수화를 그리게 만든 것 아닐까 짐작해 본다.
불혹을 넘어 영조의 초상화를 그리는 기회가 왔으나, 역적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심사정은 그림에 천착하면서 50대에 이르러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하며 여러 걸작을 쏟아내어 후대 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현재는 문인화에도 능했을 뿐 아니라 인물을 담은 풍속화에도 뛰어났으며 주변의 동식물을 소재로 해 여러 작품을 남겼다.
"못 그리는 그림이 없지만 화훼와 초충을 가장 잘하였고 그 다음이 영모도 그리고 산수화다." 현재의 몇 안되는 친구인 표암 강세황이 현재화첩(玄齋畵帖)의 발문에 남긴 글이다. 심사정은 초충도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고독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국접을 정한다면 제비나비로다
화청충접(花菁虫蝶)에는 흑단 같은 검은색 몸매에 눈에 띄는 긴꼬리를 가진 제비나비 종류와 범 무늬가 현란한 표범나비가 어울려 하늘을 날고 있다. 그 아래로 긴 뿌리를 드러낸 탐스러운 순무를 탐하는 여치 또는 베짱이가 과장되게 표현돼 있으며 뒷편으로 볼품없이 시들은 모란이 땅바닥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