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 외로움 척도(21~22쪽 중에서)
웅진지식하우스
외로움은 나와 내 이웃의 일이기도 하다. 고독사는 홀로 사는 사람이 앓다가 가족이나 이웃 모르게 사망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홀몸 거주는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자녀의 출가, 사별, 이혼 등으로 수동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65살 이상 인구가 9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된다. 전체 노인가구 중 1인 가구가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꼴로 비중이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지역별로 전남의 65살 인구가 24.5%로 가장 컸다.
전남도의회 최병용 의원은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남은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전체 사망자 대비 고독사 비중이 매년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도 12.7%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라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놀라움은 컸다. '집에서는 찾지 못하는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감옥을 묘사한다. <도치기 교도소> 어느 80대 재소자의 말처럼 감옥은 '항상 주변에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몸을 돌보는 것처럼 사람은 관계를 돌보길 원한다.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남과 가까워지고 싶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공정하고 다정하게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고립된 느낌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외로움은 단지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만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느낌이기도 하다. 정년퇴직 후 새로운 노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공동체에 제공하고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하레디 공동체'가 대안일 수 있겠다. 또는 인상적이다. 긴밀한 관계 속에서 깨어 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기도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공부하고, 일하며 보내는 공동체다. 연간 이어지는 성일(聖日)과 축제를 기점으로 하나로 뭉친다. 결혼식이나 성인식, 장례식 등이 있으면 며칠간 함께 지내는 풍습이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가족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안식일을 맞이한다.
<고립의 시대> 제목이 무겁다. 왜 이렇게 외로워졌는지 다시 연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깊게 고찰했다. 풍부한 참고문헌 때문인지 주장에 믿음이 간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장 그들은 왜 히틀러와 트럼프를 지지했는가, 6장 스마트폰에 봉쇄된 사람들, 7장 21세기의 노동은 외롭다, 9장 알렉사와 섹스 로봇만이 웃게 한다"가 인상적이다.
노리나 허츠는 전 세계 리더들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석학이다. 러시아, 이스라엘, 이집트, 팔레스타인 정부의 경제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세계연구소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거동이 불편한 상태의 노인들도 현재 사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56.5% 희망했다. 가까운 병원이지만 이동이 힘들기도 하다. 몸도 아픈데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따금 서로 지나치기만 하고 한 번도 말을 걸지는 않았던 이웃이어도 좋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고립의 시대 -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
노리나 허츠 (지은이), 홍정인 (옮긴이),
웅진지식하우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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