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장에서미니 게임 도중 신발을 벗고 쉬는 중.
이지은
목표 세우기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실 나는 지금껏 세상 모든 일을 그렇게 해왔다. 남들은 목표 세우기조차 어렵다는데, 나는 목표를 세워 이루기까지 힘들거나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욕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일이든 노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나에 꽂히면 그 분야만 깊이 파고들고, 원하는 바가 생기면 어떻게든 손에 넣는다. 사내에서 독서 리뷰왕을 뽑는다는 공지가 떴을 때, '저 타이틀, 내가 가지겠어' 생각해버렸고 결국 1년에 책 리뷰를 100개씩 써서 3년 연속 리뷰왕을 거머쥐었다.
"춤출 줄 모르는 이는 언어 하나를 잃어버린 세계에 사는 것"이라는 한 춤 안무가의 발언에 감화되어 벨리댄스를 시도했고, 춤춘 지 2년 만에 스승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축구왕? 그 까짓것 내가 결심만 하면 달성하기 어렵지 않지. 기다려라. 조만간 되고 만다.
다만 그 하나를 뺀 나머지는 전부 관심에서 놓아버린다는 게 문제다. 사내 리뷰왕에 도전했을 때 나는 모든 여가시간을 책읽기와 글쓰기에 할애했다. 춤꾼이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는 퇴근하면 무조건 헬스장 아니면 벨리 강습소만 찾아갔다. 저녁밥도 안 먹고 운동만 하다 보니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배에 복근이 생겨 벨리댄스 강사에게 "복근 있는 벨리댄서가 어디 있냐!"고 구박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달성한 리뷰왕과 춤꾼이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리뷰왕으로 탄 백화점 상품권 몇 장과 밸리댄스 강사의 등쌀에 못 이겨 나갔던 아마추어 밸리댄스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플라스틱 김치통 세트가 전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