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 성당에서 바라본 바위봉우리가우디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유종선
이미지로 남은 산, 몬세라트
바르셀로나 4일차인 마지막 날에는 몬세라트와 시체스 당일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다. 집결지인 산츠역까지 가려면 리세우역에서 타는 것이 가장 빨랐다. 우리는 비장하게 비극의 장소로 돌아가 첫 날의 상처를 극복하자고 결의했다.
그 날의 주제가 잡히니 우주에겐 그 날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지하철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고 노선도를 완전 정복할 기쁨에 바로 들떴다. 우주에게 아쉬운 건 산츠역에서 몬세라트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전세 봉고로 이동한다는 사실이었다. 단체 이동을 하려면 그게 더 편해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정확하게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첫 날의 실패가 마지막 날의 극복으로 아들의 마음 속에 남기를 기원했다. 그래서 이 여정의 순간 순간이 즐거운 모험으로 생각되기를 바랐다. 삶의 당혹스러운 실패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공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고, 그런 순간도 있다고, 은유로서 마음에 기록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이건 어른인 나에게 더 필요한 은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