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제목을 보고 안다.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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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이해' 제목만 놓고 봐도 그렇다. 제목 뽑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관심이 갈 만한 요소를 곳곳에 숨겨 놓았다. 물론 제목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다. 혹할 만한 문장으로 써두지 않고 '제목에 대한 글'이라는 내용만 흘려줘도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 읽는 게 요즘의 읽기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몰리는 제목에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치다 다쓰루 작가가 그 이유를 친절하게 알려줘 내 눈이 번쩍 뜨였던 거다. 그게 뭐냐고? 그가 썼듯 '그것이 자기 앞으로 온 메시지'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내 얘긴가?' 혹은 '이 제목 쓴 사람 내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혹은 '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혹은 '귀신이네' 같은 반응을 부르는 문장들이 그렇다. 나에게도 그런 종류의 글이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내가 관심 있는 것, 내가 고민하는 것과 관련 있는 제목이 많았다.
40대 직장맘인 나의 고민은 이런 거다. 일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리더십에 대한 고민, 학부모로서의 고민, 대입에 대한 정보, 양육 문제, 좋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등등 다양하다(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평소에는 들여다보지 않았던 월간 <산> 기사들이 그렇게 내 눈에 띄더라는). 그래서 나는 이런 제목에 눈길이 간다.
아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직장존버' 고민하는 30후40중 직장인들에게
리더가 이 세 가지 못하면 조직이 산으로 가더군요
수능을 대학입학 자격시험으로 바꾸면?
어쩐지 나를 두고 말하는 것 같은, 혹은 나 읽으라고 쓴 것 같은 제목들이어서 반갑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이것 말고 또 있다. 꼭 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보면 궁금한 제목들이다. 뭘까. 바로 전문가 상담 내용이 담긴 글들이다.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릴 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연재한 '오은영의 화해' 같은 종류의 글들이 그랬다. 타이틀을 아예 '사연 뉴스'라고 하고 온갖 사연들을 소개해 주는 글의 제목들도 그랬다. 일단 보자. 아래는 '오은영의 화해'에 실린 기사 제목들이다.
"우리 엄마가 그럴 사람이야?" 남편은 시댁 편만 들어요
엄마가 퇴근하면 우는 아들...아들이 절 싫어해요
집 사고 집값도 알려주지 않는 남편, 저를 못 믿는 걸까요
확실히 밝히건대 내 남편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아들이 없으니 내 아이들 이야기도 아니다. 공통점은 하나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 그래서 궁금한 마음이 일렁거린다. 안 들었으면 모를까 제목을 봤으니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반대로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다지 시선을 둘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글쎄... 결혼 여부를 떠나 궁금한 이야기라면 누구라도 반응하지 않을까. 크게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 아닌 <궁금한 이야기 Y>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방송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현대사 등 꽤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우리 집 어린이와 청소년이 환호하는 것도 괜한 게 아닐 테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제목이 솔깃하면 내용이 궁금해진다. 무슨 사연인지 더 알고 싶고, 특히나 '오은영의 화해' 같은 경우, 국민 멘토 오은영씨가 어떤 말을 해줄까 싶어 마우스가 바빠진다. 장담컨대 나만 그렇지 않을 거다.
사연에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도 있는 걸까. 라디오 사연도 그렇지 않나. 무심코 듣다가 어느 대목에 꽂혔을 때 더 잘 듣고 싶어서 갑자기 볼륨을 높였던 적 있지 않나. 사연만 듣고도 응원해 주고 싶거나 위로해 주고 싶거나 격려해 주고 싶거나, 감동 받아서 혹은 슬픈 내용이라 그저 눈물만 흘렸던 적 있지 않나. 분명 남 이야긴데,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 적 있지 않나.
공감지수가 '다소 높음'에 해당하는 나는 자주 이런다. 그래서다. 이런 제목에 자주 낚이는 건. 자주 당하는 만큼 나도 써먹는다. 가끔은 이런 스타일의 제목을 사용한다. 어딘가 나와 비슷한 공감지수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래서 나온 제목들이 이런 거다.
내가 쓴 글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저는 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를까요?"
결혼해서 독립했는데... 부모님께 육아를 부탁하고 싶지 않아요
글을 쓸 때부터 수신인을 생각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