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청성면 고당리 주민들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군 청성면 고당리. 높다란 산비탈에 자리 잡은 높은 벼루(고현), 옻샘이 솟는 강촌(옻샘마을), '원래의 집'이라는 뜻의 원당까지 세 개의 자연마을이 하나 된 마을이다. 아래쪽으로는 금강과 보청천이 합수되는 큰 강이, 뒤쪽으로는 산이 겹겹이 둘러싼 고당리. 오지 중의 오지라 불리면서도 인정으로는 예로부터 으뜸가는 이곳.
49가구 70여 명이 모여 사는 고당리가 최근 분주하다. 세 자연마을 주민들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한자리에 둘러앉아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발표해 뜻을 모으는 것인데, 이들의 논의는 다름 아닌 '어떻게 하면 고당리를 좋은 마을로 만들까'에 대한 내용이다. 고당리가 2023 시군역량강화사업의 일종인 농촌현장포럼 사업에 선정된 이후 벌써 네 번째 포럼이다. 함께할 일이 많아져 요즘 활기가 넘친다는 오늘 고당리의 풍경과 옛이야기를 담아본다.
고당리, 다 같이 혀
포럼을 시작하기에 앞서 행사를 진행하는 박수진 퍼실리테이터가 '오늘의 금지어'를 설명한다. 세 개 조로 나뉘어 각각 테이블에 앉은 주민들이 화면을 보며 세 개의 금지어를 따라 읽는데 '이장이 혀~', '반장이 혀~', '나는 몰러~' 느린 말투로 금지어를 다 읽고 나니 모인 공간이 금세 웃음바다가 됐다.
"자, 다들 약속하신 거예요. 이 말들은 오늘 금지어입니다(웃음). 모두 포럼에 참여하셔야 해요. 그럼 함께 외쳐볼까요? '고당리, 다 같이 혀~'"
4차 포럼은 앞서 있었던 포럼과 선진지(제천군 도화리) 견학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마을회관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박수진 퍼실리테이터가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구체적인 논의는 조별로 한 후에 발표하며 결과를 공유하는 식이다. 개별 조에도 퍼실리테이터가 한 사람씩 자리해 논의를 돕는 구조인데, 주민들은 그 흐름을 따라 활발하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퍼실리테이터는 가운데 놓인 커다란 종이에 이를 보기 좋게 정리한다.
선진지 견학으로 다녀온 제천군 도화리에서 서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어떻게 우리 마을에 적용해볼 수 있을지를 나누며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 붙이니 새하얗던 도화지가 제법 알록달록해졌다.
"도화리는 개복숭아가 특산물인데, 사람들이 이걸 참 잘 활용하더라고요. 마을 카페에서도 아이스크림에 개복숭아청을 올려주고, 농산물직판장도 운영하고... 개복숭아꽃이 만발하니 경관도 좋았던 것 같아. 우리 마을도 특산물을 잘 활용해서 마을에 이득도 되게 하고, 환경을 잘 가꾸어야겠다 싶었지요."
"옛길 복원한 것을 보면서 우리 마을도 옛 마을 문화를 다시 살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당리에도 여러 전통문화가 있지요. 매년 가을, 겨울이면 만들던 섶다리가 있고 옻나무 관련된 옛 문화도 남아 있어요. 얼마 전 마을주민이 된 한기복 선생님도 마을 풍물패를 운영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