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8일 오후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제일저축은행에서 예금자들이 예금보험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저축은행사태는 저축은행들이 건설사 대출사업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실화돼 수많은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2019년 발생한 부실사모펀드 사태는 2015년 자본시장 육성 목적으로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된 후 여러 사모펀드가 부실 판매되고 환매가 중단돼 수많은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이다.
여러 금융시장 실패의 역사에서 공통된 사항은
첫째, 단기수익을 추구하려는 금융업의 '과도한 욕심'과 '위험에 대한 부주의'를 들 수 있다. 금융회사는 수익을 위해 금융소비자에게 '과도한 부채'를 부추기고 금리 등 리스크는 고객에게 떠넘겼으며, 파생상품 등 새로운 거래로 전체 위험 규모를 키웠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우리나라의 카드사태 당시 과도한 부채, 저축은행사태의 부동산PF 대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금융회사는 평소에는 과도한 부채를 통해 수익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다가 위기에는 '시스템 리스크'운운하면서 국가의 피신처로 도망가려 한다.
이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한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행동과 책임이 불균형 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금융위기나 사고 전에는 예외 없이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있었다. 규제완화→금융사고→규제보완의 사이클이 붐-버스트(Boom-Bust) 경기순환처럼 반복됐다.
셋째, 규제 사각지대와 더불어 금융감독당국의 위기관리 대응이 미흡했고, 금융회사들은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노력은 부족했으나, 이익 유지를 위한 정치화, 이해관계자들간 연대는 진행해 왔다.
수많은 경제 행위자의 상호작용으로 작동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인 금융시장에서 금융사고를 완벽하게 탐지하고 예방하기는 어렵다. 금융사고는 반복되지만 항상 새롭게 찾아온다.
모든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은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공정경쟁, 거래질서 확립 등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과도한 욕심을 발생시키는 '경제적 왜곡현상'이나 '도덕적 해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또한 금융감독당국은 국제 파생상품 거래 증가 등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는 리스크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에 따른 규제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
덧붙여 정부는 시장에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유동성 잔치 뒤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다. 금융업을 성장동력으로 생각해 본래의 금융중개 기능과 공정거래 질서를 경시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금융시장 실패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망각해선 안 된다. 반복적으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다음 기사에선 금융시장의 실패를 야기한 여러 원인 중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규제의 합리적 조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각주]
1) 튀르키에 원산의 튤립이 큰 인기를 끌자 튤립 구근이 높은 가격으로 팔리다가 급락한 것으로 최초의 투기로 인한 거품경제 사건으로 볼 수 있음.
2) 1720년 영국 South Sea Company의 주가가 폭등했다가 주가를 끌어올린 재료들이 루머로 판명되면서 급락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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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서 30 여년을 근무하고 부원장보를 마지막으로 퇴직했습니다. 건전하고 공정한 금융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보호라는 조직의 존재이유와 내 본성, 가치추구와의 어울림이 커 업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바른 금융시장을 위한 고민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이 금융업의 공정성제고를 위한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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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실패 역사에서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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