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노트좋은 글을 쓰고 싶었을 뿐인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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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좋다'는 말의 의미를 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고 늘 미소 지으며, 마냥 온화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의문이 생겼다. 불의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는다면 그게 과연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도 타인을 위해 희생만 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일까.
여전히 '좋은 사람'을 명료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오래 고민한 끝에 몇 가지 조건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의를 보면 분노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도움을 줄 때와 받을 때를 구별하고, 나와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말과 글로 떠들기보다 발로 실천하는 사람. 때마침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무엇이 선이냐? 그대들은 묻는다. 대답하노니, 용감한 것이 선이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내가 나열한 조건에는 모두 용기가 감춰져 있다는 걸, 이 문장을 읽은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80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80억 개의 정의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나는 부자를 꿈꾸는 사람보다 '좋은 사람'을 꿈꾸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각자의 경험과 지식으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를 지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정의가 흔들릴 때면 과감히 경로를 수정할 줄도 아는 사람들.
'좋은 글'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씨앗이 되기를
좋은 사람을 꿈꾼다는 건, 물질보다 가치에 의미를 두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보이는 것에 기대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더 심오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잘 안다. 평생 노력만 하다 끝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꿈을 포기하지 않는 건, '좋은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은 어쩌면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다. 이전의 나는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다. 여전히 흔들리기는 하나 흔들리는 정도가 많이 줄었다. '좋은 사람'은 나와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고 나니, 타인을 사랑하기에 앞서 나를 먼저 사랑해야 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타인을 감싸 안을 수 없었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니, 감정의 진폭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 가다 보면, '좋은 사람'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이 나를 키운다. 오래 글을 쓰기 위해 운동을 하고,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다스린다. 더 배우고 싶어 책을 가까이 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모두 글이 가져다준 변화다. 주변으로 돌리던 눈길을 내 안으로 돌려,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내 안에 축적된 에너지는 다시 주변으로 돌아간다. 글을 지속적으로 쓴다는 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글이 아니었다면 훨씬 흐트러진 삶을 살았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안에 싹트기 시작한 '좋은 글'이라는 씨앗이 다른 사람에게도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시작했다. 언제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울지는 모르지만, 씨앗은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지닌 것과 같지 않을까. 그 작은 희망을 나누고 싶었다. 단 한 명의 가슴에라도 씨앗이 자리를 잡았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렇게 '좋은 글'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씨앗이 되기를.
가을이다. 열매를 맺는 계절, 가을. 글쓰기 참 좋은 계절이다. 당신도 함께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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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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