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공원 실내외에 펼쳐진 예술과 분수의 향연

[카프카스 기행, 카스피해 바쿠에서 흑해 바투미까지 ⑮] 예레반 캐스케이드

등록 2023.09.28 15:19수정 2023.09.28 16:02
0
원고료로 응원
 예레반 캐스케이드
예레반 캐스케이드이상기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있는 캐스케이드는 언덕을 활용해 만든 일종의 분수공원이다. 예레반의 중심부에는 공화국 광장이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대로를 따라가면 오페라하우스가 나온다. 오페라하우스 북쪽에 프랑스 광장이 있고, 그 북쪽 언덕으로 캐스케이드가 자리 잡고 있다.


캐스케이드가 시작된 것은 1971년이다. 시내 중심부 북쪽 언덕을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이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토로샨(Jim Torosyan) 므키타리얀(Aslan Mkhitaryan) 구르자디얀(Sargis Gurzadyan)이다. 10년째 되는 1980년 1차 작업이 완성되어 외부 정원, 내부 에스컬레이터, 외부 계단과 분수로 이루어진 복합공원이 만들어졌다.

2차 캐스케이드 공원 작업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이루어졌다. 이 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미국 출신의 아르메니아인 카페지안(Gerard Cafesjian: 1925~2013)이다. 그는 사업으로 돈을 벌어 조국을 위해 자선사업을 펼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2002년 카페지안 박물관재단의 설립이다.

이 재단은 카페지안이 수집한 예술품을 캐스케이드 내외에 설치하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2005년 카페지안박물관 사업을 시작해 2008년 설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박물관 개장은 1년 늦은 2009년 11월에 이루어졌다. 캐스케이드 박물관 건설을 위해 카페지안이 투자한 돈은 3,500만 달러가 넘는다.

위대한 건축가와 사업가가 남긴 유산
 
 캐스케이드에서 내려다 본 예레반 시내
캐스케이드에서 내려다 본 예레반 시내이상기
 
캐스케이드 박물관은 외부의 카페지안 조각공원과 내부의 미술관(art gallery)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각공원에는 좀 더 큰 규모의 조각품들이 녹지와 길을 따라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내부미술관은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올라가면서 좌우에 예술품을 배치해 놓았다. 에스컬레이터는 모두 5단으로 되어 있고, 모든 층에서 외부 분수대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외부 분수대 주변에는 청동으로 만든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 분수대는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갈 수도 있다.

분수대에서는 조각공원 앞으로 펼쳐지는 예레반 중심가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1층과 2층에서는 조각공원과 오페라하우스를 볼 수 있다. 5층에 올라가면 시내 너머로 아라랏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캐스케이드 위로는 아르메니아의 소비에트 시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사람들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기념물 위쪽으로는 좀 더 커다란 박물관 단지를 만들려는 계획이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와 예술작품의 수집과 기증이라는 어려움이 있어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공원에서 만난 대규모 예술작품들
 
 한국작가 지용호가 만든 정크아트 사자
한국작가 지용호가 만든 정크아트 사자이상기
 
캐스케이드 조각공원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이 알렉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ian)이다. 러시아 출신의 아르메니아 건축가로 예레반 시내 중심가를 방사형으로 설계한 사람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건축가로 활동하다 1923년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1924년부터 예레반의 도시현대화 작업에 참여했고, 공화국 광장과 오페라하우스 설계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또한 아르메니아 역사와 문화유산 보호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조각공원 입구에 그의 동상이 서게 된 것이다.

조각공원에서 만나는 예술품은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적인 측면에서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포르투갈 예술가 바스콘셀로스(Joana Basconcelos)가 만든 주전자형 정자(pavillon)가 눈에 띈다.


녹슨 철사를 이용해 색을 내고, 이들을 기하학적으로 엮어 주전자 형태를 만들었다. 한국 예술가 지용호가 만든 정크아트 사자도 인상적이다.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으로 역동성과 용맹성이 두드러진다. 2008년 작품으로 스텐레스와 타이어를 활용해 만들었다.

 
 보테로의 담배 피우는 여인
보테로의 담배 피우는 여인이상기
 
중국작가 위민준(Yue Minjun)이 스텐레스로 만든 웃는 얼굴의 인간도 있다. 표현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기쁨을 잘 표현했다. 그런데 무제라는 제목을 붙였다. 콜롬비아 작가 보테로(Fernando Botero)가 만든 둥글둥글 오동통통한 여인도 인상적이다.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담배를 피우는 여인이다. 청동으로 만들어졌으으며, 이와 유사한 보테로의 작품이 두 점 더 있다. 하나는 로마 전사(Roman warrior)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다.

영국작가 구하(Saraj Guha)가 만든 도약하는 임팔라도 보인다. 한 마리의 임팔라가 도약하는 모습을 네 개 장면으로 보여준다. 그 때문에 역동성이 뛰어나다. 미국 작가 워이툭(Peter Woytuk)이 만든 키위도 있다. 여기서 키위는 과일이 아닌 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프러시안 블루에 해당하는 파란 색칠을 했다. 입에 구슬을 물고 두 발을 든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에스파냐 예술가 플렌자(Jaume Plensa)가 만든 사랑과 미움 그리고 정신도 보인다. 제목이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추상적이다. 이 작품은 폴리에스터와 유리섬유로 만들어져 야간에 LED 조명을 해야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지안 예술센터 전시 작품 이야기
 
 의자로 표현된 수녀. 존 리슬리의 작품이다.
의자로 표현된 수녀. 존 리슬리의 작품이다.이상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감상할 수 있는 내부미술관은 경사면과 각층의 평면에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외부 공원에 비해 작품의 크기는 작지만 전시 작품수는 훨씬 더 많다. 흙, 유리, 철과 동 그리고 스텐레스 같은 금속, 목재, 폴리우레탄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공예품이다. 이들 작품 중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마린(Manuel Marin)의 페가수스다. 페가수스라면 날개 달린 천마(天馬)를 말하는데, 천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칼더의 모빌을 모방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철사를 활용하고 채색을 해 시각적으로 눈에 확 들어온다.

목공예품 의자도 보이는데, 예술이라기보다는 생활용품으로 보인다. 경사면에 철사로 만든 의자도 눈에 띈다. 리슬리(John Lisley)의 작품으로 등받이 부분에 수녀(nun)를 표현했다. 더 올라가서 만나는 유리로 만든 보라색 초롱꽃도 아주 인상적이다. 영국작가 크리스티(Maylee Christie)가 만든 거대한 난(蘭)은 조금은 그로테스크하다. 색깔과 문양이 동양적이다. 유리와 도자기로 만들었는데 마치 천처럼 느껴진다. 쇠로 만든 나비와 꽃 작품도 있다. 초록색 카펫 위에 만들어진 꽃밭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다.
 
 브로이어-웨일의 방문객
브로이어-웨일의 방문객이상기
 
동물을 표현한 예술품도 여러 점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북극곰이 있다. 철사로 만든 도약하는 말도 있다. 뒷발은 땅을 딛고 앞발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공중에 매달린 고래도 있다. 천으로 만들어 내부 조명을 해 속까지 투명하게 보인다. 인체를 표현한 예술품도 있다. 포이(Chrispin Foy)의 철로 만든 귀다.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 페시(Gaetano Pesce)가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발도 있다. 인체 작품은 예술적인 감흥보다 던져주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수대 벽과 앞에 펼쳐진 외부 예술품으로는 2층에 있는 영국작가 브로이어-웨일(David Breuer-Weil)의 방문객(visitor)이 인상적이다. 물속에 잠겨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청동으로 표현했다. 층계 쪽으로는 플라스틱을 엮어 만든 나무 형태의 작품이 있다. 꽃인지 잎인지 화려한 색으로 치장을 했다. 뒤쪽 벽에 만들어진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온다. 이곳 2층 분수대에서는 조각정원과 오페라 하우스가 아주 가까이 보인다.
 
 마틴의 다이버들
마틴의 다이버들이상기
 
4층 분수대에 올라가면 예레반 도심 너머로 윗부분에 눈이 덮인 아라랏산이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는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5층 분수대에 올라가면 특별한 조각이 보인다. 마틴(David Martin)의 다이버들이다. 이들은 물에 뛰어들기 직전 몸의 균형을 잡은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스텐레스 조각을 땜질로 붙여 만들었다. 5층에는 또 꽃밭이 잘 가꾸어져 있어 도심을 내려다보는 맛이 다르다. 에스컬레이터는 5층까지만 운행한다. 그러므로 윗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사람들은 5층에서 계단을 통해 다시 걸어 내려간다.

6층에는 스와롭스키에서 만든 크리스탈 궁전이 있다. 스와롭스키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샹들리에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야외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고전음악, 재즈, 민속음악 같은 다양한 음악공연이 열리고, 영화, 교육, 이벤트 같은 행사도 열린다. 이러한 모든 일을 주관하고 케스케이드를 관리하는 단체가 2009년 11월에 만들어진 카페지안 예술센터(CCA)다. 이 단체는 동시대 예술을 수집해서 아르메니아에 전시하고, 연극 영화 교육 분야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캐스케이드 #예레반 #조각공원 #카페지안 예술센터 #보테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2. 2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3. 3 서울중앙지검 4차장 "내가 탄핵되면, 이재명 사건 대응 어렵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 "내가 탄핵되면, 이재명 사건 대응 어렵다"
  4. 4 32살 '군포 청년'의 죽음...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습니다 32살 '군포 청년'의 죽음...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습니다
  5. 5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