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현지에서 감귤재배기술 설명중인 신창호 코피아 라오스센터장사진출처 : 농촌진흥청 코피아 라오스센터
농촌진흥청
동남아 국가로 바다가 없이 태국을 비롯한 5개 나라에 둘러 쌓인 나라, 지난 2000년 쌀 자급을 이뤘지만 최근 기후위기로 쌀 자급이 흔들리고 있는 나라, 이곳에 대한민국 연구진이 쌀 자급을 돕기 위해 파견되어 있고 우리 감귤나무 기술까지 보급중인 나라... 라오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라오스 여행기를 쓰며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과연 이 나라에 뭐가 있기에 우리 농업연구자들이 이곳에 파견되어 있을까? 지난 23일 <오늘의 기후>에서 현지 전화연결을 통해 라오스 현지에서 식량자급을 돕고 있는 신창호 농촌진흥청 코피아 라오스 센터장과 인터뷰를 했다. 첫 질문으로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 그곳에 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런 답변이 왔다.
"수필집 제목이 '대체 라오스에 뭐가 있냐'지만 막상 라오스에 오면 라오스란 나라가 별로 내세울게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성간에 교제를 할 때 상대방이 가진 것도 없고, 크게 학식도 높지 않고 외모도 그리 내세울 만 한게 없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왠지 끌리고 궁금하고 또 만나고 싶고 하는 그런 감정이랄까 그런 은근한 매력이 있는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 소장은 농식품부 정년 퇴직 후 태국 방콕에서 국제기구 근무를 포함해 5년간 농업기술을 전파했다. 태국 근무 당시 라오스 사람들하고 종종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순수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태국말로 의사교환이 가능하기에, 마침 태국 근무가 끝난 뒤 라오스 코피아센터 소장 공고문이 났기에 응시해 근무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그가 맞닥뜨린 현실은 기후위기였다.
"라오스는 지난 2000년 이후 쌀 자급을 이루었으나 최근의 기상이변으로 쌀 생산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며 그 예로 지난 2018년에 강우와 한발로 전국적 피해를 입어 쌀 생산량이 12% 감소하고 2019년엔 남부지방 홍수피해로 17% 감소, 2020년에는 일부 주에서 한발 피해로 20% 감소 등 매년 기상환경 변화에 따른 피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라오스에서 코피아 센터는 어떤 식량해법을 펼치고 있는가?
"강우나 한발 등의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벼 품종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저의 코피아센터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각 지역별로 시험을 실시해 수해나 한발에 적응성이 강한 품종을 4종 선정하고 작년 4월에 라오스 국가품종으로 등록한 바 있습니다. 이 품종으로 인해 이상기후에도 잘 적응하므로써 벼 생산량의 감소를 최소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그동안의 성과는?
"라오스는 한국과 달리 농업인이 벼 품종을 선택하여 재배하기보다는 올해 수확한 벼를 다음해 다시 종자로 사용해서 사용하는 농가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저의 코피아센터에서는 품종별 재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새로 개발한 품종의 공급에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코피아센터 사업으로 개발된 품종의 확산이 대대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며 그 품종의 성과가 점차 가시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며 현재 농업인들은 새 품종에 대한 기대와 그 성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감귤 재배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고 들었다.
"저의 코피아센터는 쌀 관련 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만다린, 즉 감귤류 재배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입니다. 이 사업 대상 농가들은 그간 감귤나무를 심어만 놨지 전혀 관리를 안하고 그저 때가 되면 수확해서 팔고 또 기다렸다 수확해서 팔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즉, 감귤나무 관리나 영양관리, 병해충방제 등을 전해 해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 감귤의 생산량과 품질은 형편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의 코피아센터에서는 한국의 감귤전문가를 초청해서 나무 전정 즉, 가지치기와 어린 묘목을 접목하는 것, 그리고 과수나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하는 기술을 가르쳤습니다."
- 현장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처음에는 (감귤) 과수의 가지치기를 하니까 주인의 인상이 굳더라고요. 가지를 친다는 것은 그 가지에서 나올 감귤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생각 때문이죠. 왜 가지를 쳐주고 관리를 해야하는지 교육을 시켰지만 잘 따르지를 않더라구요. 그런데 한국 전문가가 특정 나무 몇그루를 선택하여 어떻게 관리하는지 시범을 보이고 돌아갔는데 나중에 시일이 지나 새싹이 나오며 잘 커나가는 것을 보더니 그 이후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과수나무를 관리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그 사업지 거의 모든 농가가 그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과수나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주 보기 좋은 상태입니다. 거기서 농가교육에 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 타지에서 오래동안 생활하실 때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제가 자라던 1960년대는 밖에 나가보면 농업인들이 논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었습니다. 바쁠 때는 참까지 먹어가며 일을 했었죠. 그런데 제가 여기서 현장에 많이 나가봤지만 라오스 농업인들이 그렇게 일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논에 잡초인 피가 무성해도 그냥 놔두는 농가들도 대다수입니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거죠. 때가 되면 익은 곡식만 수확해서 먹겠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대다수 농업인들이 어떻게 하면 생산량을 늘릴까 어떻게 하면 많이 팔아서 소득을 향상시킬까 하는 마인드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농가에 대한 재배기술 지도에도 소극적으로 반응하니 그런 점이 좀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 끝으로 가족(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라디오 신청곡도)
"가족하고는 떨어져 지내지만 자주 영상통화 하면서 소통을 하니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고 그저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은 들을 때마다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동원, 박인수씨가 부르는 "향수"로 하겠습니다.
채널 : FM 99.9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 : 2024년 2월23일 금 오후 5시~7시30분
진행 : 김희숙 (기후환경디제이)
연출 : 노광준 작가 : 허윤선
출연 : 신창호 소장님 (코피아 라오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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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인상 굳었지만..." 한국 감귤재배 기술 배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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