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료원 응급실에서 엄효미 씨가 아이 손을 잡고 있다.
엄효미
"1시간 안에 봉합수술을 해야 돼요. 근데 성형외과가 아니면 꼼꼼하게 치료해 드리기 힘듭니다."
효미씨는 놀란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여러 성형외과에 전화를 했다. 서귀포시내 병원은 물론이고, 지인들을 동원해 병원을 알아봤지만 아이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1시간 넘게 가야 하는 제주대병원도 "당일 봉합 수술은 안 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서귀포의료원 정형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맡겼다. 아이가 다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흉터 제거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육지에서 제주로 올 때까지만 해도 효미씨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상상도 못 했다.
"'서귀포에 살아도 다 제주대병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대개 다 아는데 저는 육지에서 와서 몰랐어요. 아이를 위해 육지로 다시 가야 하는데, 자영업을 철수하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머무는 형편이에요."
간단한 치료와 건강검진도 이곳에서는 쉽지 않다. 의료정보포털 메디서비스에 따르면 서귀포시 전체 병원 285곳 중 치과(65곳)와 한의원(59곳)이 절반에 가깝다. 병상수에 따라 특수의료장비를 허용해 서귀포에 자기공명영상장치(MRI)가 있는 병원은 서귀포의료원 한 곳이다. 제주도 동서쪽에 사는 주민들은 멀리 오가기 귀찮아서라도 건강검진 받는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 건강검진율은 71%로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데, 서귀포시는 68%로 더 낮다.
성산읍엔 내과·외과 등 주요 과목 의원 전무
대도시를 벗어나면 의료 공백은 더 심각해진다. 서귀포시 성산읍 인구는 1만5천인데, 치과와 한의원을 제외한 일반 의원은 여섯 곳이 전부다. 진료과목으로 '내과' '외과' '신경외과' 등이 다 적혀 있지만, 해당 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는 없다.
이렇다 보니 전문적인 검사나 치료를 받기는 힘들다. 진료과목으로 '안과'가 적혀 있는 의원 네 곳에 물어보니 "눈이 충혈되거나 염증이 있을 때 약 처방 정도만 할 수 있다"며 "안과 전문의가 있는 시내로 가야 검사나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