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비판 기자회견일명 '사찰노예사건'의 대법원 판결선고 후 장애인단체가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제공
지난 1월 대법원은 지적장애인임을 이용해 30여 년 동안 사찰에서 '스님'의 외피를 입혀 온갖 노동을 해야 했던 사건에 대해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면서 무죄로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은 종교시설과 종교행위라는 특수성 때문에 부득이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이라는 생소한 죄명으로 기소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학대와 착취가 악의적인 경우 처벌하고 있어 일반 형법이 포섭하지 못한 장애인 학대 및 착취를 죄로 규정한 것이다.
필자는 장애인권 분야 전담변호사로서 많은 장애인 학대사건의 피해자를 변호해왔다. 대법원은 법률 해석에 관한 최고사법기관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 중 법리에 관한 부분은 법 적용에 있어 사실상의 구속력이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월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장애인 학대·착취 사건의 해결에 있어 걸림돌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 사건에 대한 단순한 오판을 넘어 장애인들이 오랜 투쟁으로 얻어낸 결실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영향력을 가졌다.
" 어떠한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이루어진 괴롭힘 등 부당한 취급이 해당 장애를 주된 사유로 한 것이 아니라거나 장애가 없는 사람과 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경우에는, 그러한 부당한 취급 자체가 별도의 민사·형사·행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장애를 주된 사유로 하는 비장애인과의 악의적인 차별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9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판결문 중
대법원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해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부당히 취급할 때 성립된다고 봤다. 비장애인과 비교할 때 유달리 부당한 취급이 아니라면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여러 문제를 간과한 잘못된 해석이다.
대법 판결의 문제점
첫째,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의에 반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는 차별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차별행위는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없이 불리하게 대하면 성립하는 것이다(1항 1호). "비장애인과 비교"하라는 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법원은 그동안 다른 사건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대해 이러한 요건을 들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판단도 마찬가지다.
둘째, 대법원의 논리대로면 장애인 차별을 피하기 위해 비장애인도 똑같이 불리하게 대하면 된다. 쉽게 말해 대법원의 판결은 '비장애인도 급여를 주지 않은 사정이 있으니 금전적 착취가 아니고, 따라서 장애인 차별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을 때리고, 옆에 있는 비장애인도 때리면 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이제 비장애인과 비교해 불리한 점이 없으면, 장애를 이용해 마음껏 착취하고 유기하고 학대해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차별행위의 성질이 복지수급권과 같이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 때에는 "비장애인과 비교"해 불리한지 따져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차별행위의 성질이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때에는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취급했는지를 따지면 안 되는 것이다.
"재워주고 먹여줬으니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항변은 염전, 양식장 등에서 발달장애인을 착취한 가해자들이 늘 했던 말이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학대와 착취가 악의적인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피고인과 피해자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판단했던 1심과 2심은 모두 이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유죄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자기 같은 사실관계를 "장애인에 대한 온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권영준 대법관은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해결이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로 '장애인 인권 문제'를 꼽았다. 심지어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불이익을 입기 쉬운 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옹호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이나 공적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했었다.
2022년 대법원은 장애인차별 사건에 대해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보니 그저 말뿐이었고, 심지어 판결로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피해자는 30년간의 기억을 결코 아름답게 추억하고 있지 않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이 아니라면 당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이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차별을 막을 수단이 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 그 판단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는 것일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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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공익전담변호사. 경기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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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찰노예사건' 뒤집은 대법, 오히려 장애인 차별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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