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세키쇼의 여성 검문 여성이 에도에서 나가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몸수색을 하는 여성 관리가 따로 있었다.
정효정
하코네 세키쇼에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다. 에도 방향과 교토 방향이다. 나는 도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에도 방향 문으로 들어가서 교토 방향 문으로 나왔다.
그 시절의 여성들에겐 이 검문소를 지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겠지만, 과거의 법칙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다. 잠시 문 앞에 서서 가야할 길을 바라봤다. 이대로 서쪽으로 향하면 미시마가 나오고, 계속 길을 걸으면 마침내 교토에 닿을 것이다.
언제나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온 길
이제 에도의 옛길을 벗어나 도쿄로 돌아갈 시간이다. 관광객으로 빽빽한 버스를 타고 하코네 유모토 역을 향해 내려갔다. 올라올 땐 하루 종일 걸렸지만 버스로 내려가자 4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길은 언제나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왔다. 그동안 여행했던 길들을 되돌아봤다. 기원전 312년 건설된 아피아 가도는 로마 최초의 군사도로였고, 이후 로마 통일을 이끌었다. 기원전 2세기 한나라의 장건이 개척한 실크로드는 동서양의 물건과 사상,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유럽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성인을 위한 순례길이기도 했지만, 무어인에게 맞선 카톨릭 교도들의 국토회복운동 구심점이기도 했다. 열차로 지났던 시베리아 횡단 루트는 러시아가 동쪽으로 진출하는 길이기도 했고, 연해주의 우리 동포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떠나야 했던 길이기도 했다. 길은 마치 핏줄처럼 한 세계를 고동치게 만든다.
에도 시대의 도카이도 역시 다음 이야기를 잇는 역할을 한다. 1603년 에도 막부가 세워졌던 당시, 에도에는 아직 변변한 성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이 정치적, 행정적으로 오사카나 교토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물자, 기술 등이 오갈 길이 필요했다. 막부는 도카이도(東海道)를 시작으로 나카센도(中山道), 고슈가도(甲州街道), 오슈가도(奥州街道), 닛코가도(日光街道) 등 5개의 가도(街道)를 조성했다.
그러자 역참을 중심으로 여관, 식당, 유곽, 가게 등이 번성하며 화폐가 유통되고, 시장경제가 순환되었다. 그리고 지방 영주들이 2년마다 에도를 방문하는 참근 교대제는 영주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막부의 중앙집권을 강화시켰다. 참근 교대 행렬뿐 아니라 조선통신사 일행, 네덜란드 시볼트 일행 등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이 길들을 걸어서 에도로 향했다.
나중엔 참배 여행을 떠나는 일본 서민들도 늘어나기 시작하며, 일본에선 유럽보다 100여 년 일찍 여행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된다. 이 길들은 각 영지로 흩어져 있던 일본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통로이기도 했다. 길을 따라 일본 전역의 모든 문화가 에도로 모이고, 한편 에도의 문화가 전국으로 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도쿄는 에도로 향하는 이 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여행정보
-하코네 아마자케차야 (箱根 甘酒茶屋)
에도 초기부터 영업을 시작해 13대째 주인이 이어내려 오고 있는 도카이도의 옛 찻집이다. 이곳에서는 전통방식 그대로 쌀과 누룩을 사용해 감주를 만들고, 설탕이나 다른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감주 외에도 간식거리도 판매 중이다. 감주 1잔 500엔, 키리모찌 1접시 600엔,
【주소】 神奈川県足柄下郡箱根町畑宿 二子山 395-28
【전화 번호】 0460-83-6418
【가는 법】 하코네 유모토에서 하코네 등산 버스 탑승, 「아마자카 찻집」하차
【홈페이지】 https://www.amasake-chaya.jp
-하코네 세키쇼 · 하코네 세키쇼 자료관 (箱根関所・箱根関所資料館)
하코네 세키쇼는 1619년에 지어져서 에도의 방위를 맡은 검문소다. 2007년 복원을 위한 발굴조사와 옛 자료를 바탕으로 건물을 복원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바로 옆에는 자료관이 있는데, 당시 통행증이나 가마, 참근 교대 행렬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입장료는 성인 500엔, 어린이 250엔이며, 하코네 프리패스가 있으면 100엔 할인받을 수 있다.
【주소】 神奈川県足柄下郡箱根町箱根1番地
【전화 번호】 0460-83-6635
【가는 법】 하코네 유모토에서 하코네 등산 버스 탑승, 「하코네 세키쇼」하차
【홈페이지】 https://www.amasake-chay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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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여행작가. 저서 <당신에게 실크로드>, <남자찾아 산티아고>, 사진집 <다큐멘터리 新 실크로드 Ⅰ,Ⅱ>
"달라도 괜찮아요. 서로의 마음만 이해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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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넘다 처형... '여성 출입 금지' 하코네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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