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엣 나주 경찰서 전경이다. 아래 사진은 금성관 바로 앞에 있는 금남금융조합 건물이다. 붉은 갈색 건물이 인상적이다.
정미영/Meridian
내가 나주 정미소에 들렀을 때는 주민들이 한참 연주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정미소 벽을 보면 붉은 갈색의 벽돌색이다. 정미소 건물도 그렇지만 나주의 근대 건축물들을 보면 하나 같이 붉은 갈색이다. 대표적으로 나주 경찰서, 또 금성관 바로 앞에 있는 금남금융조합 건물 등이 모두 비슷한 붉은 갈색이다.
수채화 색으로 보면 번트시에나(burnt sienna)라는 물감이 있다. 이탈리아의 시에나 지방의 황토를 구워 만든 색에서 온 붉은 갈색이다. 오래된 벽돌 건물을 채색할 때도 많이 쓰고 미묘한 색이라 립스틱 색으로도 쓰인다.
번트시에나야말로 나주의 색이 아닐까. 남도의 비옥한 토양은 붉은색이다. 그 색을 보고 자란 나주 사람들이 붉은 번트시에나 색을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갈색 기가 있어서 품위 있고, 붉은 기가 있어 열정적인 번트시에나를 나주를 대표하는 색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아름다운 노안 성당
정미소도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나주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노안면 이슬촌 마을에 있는 노안성당이다. 나주시내에서 노안 성당을 가는 버스가 있기는 한데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비 15000원 거리다.
이슬촌 마을 입구에서 내려서 언덕길을 올라가면 성당이 나오는데, 올라가면서 보이는 마을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노안성당은 1927년에 건축된 성당으로 우리나라에서 20번째 지어진 천주교회다. 1957년에 증축을 하였고 2002년에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전쟁 중 나주를 점령한 북한군 장교가 성당을 불태우라고 지시했다. 병사들이 불을 지르려고 가는데, 언덕 위로 보이는 성당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병사들은 다른 병력이 벌써 불을 질렀구나 생각하고는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되었다고 한다. 이후로 노안 성당은 기적의 성당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불태우러 갔던 병사가 번트시에나 색 건물을 불타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인데, 성당을 방화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병사가 차마 성당을 불태우지는 못하고 둘러대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노안성당이 지역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