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술제 안내데스크에 놓인 과자를 쫓았다. 우연히도 당일 대구사이버대학 ‘언어치료학과’ 학술제였다. 해당 학과 교수님은 “오히려 도움된다”며 반겨줬다.
김명근
#2. 능란
오늘 요리 시범을 보인 셰프는 원준 엄마였다. 셰프는 음식 종류에 따라 엄마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모임에 전문 요리사를 쓰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르치는 대로 애들이 착착하지 못해요. 애들을 충분히 기다려주고, 돌발 상황에 맞춰 대처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그렇기에 우리를 이해하는 '엄마 셰프'가 잘 맞아요."
가정마다 입맛에 맞게 불고기 양념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물엿, 간장, 참기름 등을 섞어 고기와 버무렸다.
"주원아, 우리 빨간 소스(고춧가루)를 넣어볼까?"
"아니요. 싫어요."
주원의 투정에 주방은 웃음꽃이 폈다. 그때 도준이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는 기분 좋다는 표현이었다. 아이들은 채소가 움직이지 않도록 왼손으로 고정해 제법 능숙한 칼질을 했다.
"우리 아이는 요리 모임 덕분에 스스로 조리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언제는 '같이 만들자' 해서 베이킹을 한 적도 있어요."
"우리 애도 자기가 선호하는 음식만 먹었는데, 요리하더니 먹는 가짓수가 늘었어요."
아이들에게 요리 활동은 단순한 음식 만들기가 아니다. '발달성 협응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동작을 보고 따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직접 칼을 써보고, 거품기를 휘젓는 행위 등이 눈과 손 협응력을 기르게 한다. 이는 자기효능감을 발달시켜 사회관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