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식탁’ 참여자들이 일상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
제주소통협력센터
커먼즈 문화와 공유경제
"우리는 협력 공간을 통해 '커먼즈 문화'를 구현해요. 공유회의실, 사무실, 어린이 돌봄 등 다양한 공간을 조성해 민간 주도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그런 활동 속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하려고 하지요."
'커먼즈'란 자원을 장기간 돌보기 위한 사회 체계를 말한다. 시장과 국가 의존도를 최소로 낮추는 동시에 시민들 간 자원 공유를 활성화해 시민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에 커먼즈는 공유경제와 통하는 데가 많다. 특히 자원 낭비를 줄임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는 목적과 일치한다.
제주소통협력센터의 가장 큰 의미는 지역사회 문제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그 중심 역할까지 맡는 데 있다. 정치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우리는 '기쁨 없는 경제'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사는 것들이 정작 중요하다. 신뢰와 우정, 정서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시민경제'가 행복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경제의 근간이었던 '소유'와 달리, 참여자 서로가 자원, 시간, 재능 등을 나누며 '어울림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경제위기로부터 성장한 공유경제
고 매니저는 "모두의 식탁은 국내 최초 공유주방 스타트업 'WeCook'을 모티브 삼았다"고 밝혔다. 위쿡 김기웅 대표는 사업 초창기 도시락 가게를 차렸다가 늘어나는 임대료와 식자재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그러다가 설비를 갖춘 주방을 예비 창업자에게 제공하는 공유사업에 눈 돌렸다.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아끼고, 사업 확장 전에 충분한 시간 검증할 수 있어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불황 시기 공유사업으로 전환한 김기웅 대표 판단은 우연일까? 사실 공유경제는 경제위기 때마다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있다. 2007년 4월, 미국 부동산담보 대출업 2위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급작스레 파산하면서 자국 경제가 흔들렸다. 이후 월가마저 구제 금융에 손 놓자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당시 미국 취업 인구가 76만 명 감소해 실업률이 7%에 달했으며, 유럽도 7.5%를 기록했다.
개인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택을 임대하거나 유휴 물품을 판매했고, 기업들은 사무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유휴 자원을 활용해 부가 수익을 내는 경험을 했다. 통계적으로도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공유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에어비앤비와 크라우디펀딩기업 킥스타터가 등장했고, 2010년에는 소셜 다이닝 플랫폼 그럽위드어스 등이 시장에 자리했다. <공유경제> 저자 마화텅은 "결과적으로 미국 금융 위기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불황은 공유경제 출발점이자 급성장의 사회적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