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청 분향소화성시청 분향소 옆에 시민추모제 참가한 유족들이 남긴말
권미정
7월 5일 단 한 번의 교섭 자리에서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무엇으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냐고 하니, 유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려고 나왔다고 했다.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죽음의 이유와 진실을 알고 싶은 것임을 그 이전에도, 그날도 충분히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리셀 측은 경찰이 조사 중이니 그 문제는 두고, 보상이나 지원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요지의 입장을 전했다.
이후 회사는 제대로 된 자료도 주지 않고, 얼굴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족 측은 사측이 가족협의회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가 개별 유족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족 등의 증언에 따르면, 사측의 개별협상 제안 문자는 교섭을 하겠다고 나온 날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3~4일이 지나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장례를 치르는 날 회사의 문자를 받은 유족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문자의 내용조차 정확하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길림성 노동자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설명서를 보내왔고 라오스인에게 중국어 제안서를 보내왔으며, 이사가 아닌 직원에게 이사라고 부르더니 자녀가 없는데 자녀 장학금을 특별히 주겠다는 제안을 개별로 보내왔다(관련 기사 :
"회사의 태도가 참사" 참사 취재하던 기자, 남편을 잃다).
노무사가 "저는 (주)아리셀로부터 유가족과 합의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공인노무사 A입니다"라며 자기소개를 하고 사실관계도 틀린 문자를 보냈다. 또 다른 B 노무사는 이견이 있으면 경청할 테니 말해보라며 문자를 보냈다.
유족들은 사측이 나오라는 교섭 자리에는 나오지 않고, 유족들이 알고 싶어하는 사고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보상금액만 계속 묻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회사 측이 다시 잘 설명하겠다며 보낸 추가 문서는 처음의 문서와 내용적인 면에서 다를 바 없고, 다만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게 유족들의 평이다.
A 노무사가 설명한 제안에 합의하는 유가족이 없어서인지, 아리셀 측 교섭단으로 나왔던 변호사와 노무사가 나서서 유가족들에게 다시 설명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아리셀 대표이사와 본부장은 변호사와 노무사 뒤에 숨었다.
회사의 재설명 자료에 담긴 사실관계는 또 틀렸다. 아리셀 희생자 중 정주노동자 한국인 5명을 빼고 18명의 이주노동자들은 네 종류의 비자(H2, F4, F5, F6)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리셀 측이 적시한 이주노동자 희생자 수, 비자별 인원이 맞지 않다. 비자 종류도 잘못 기재해 놓았다.
그리고 유족 등에 따르면, 7월 둘째주 초 아리셀은 개별적으로 '화재사고 보상관련 사측 합의 제시안' 문서를 보냈다. 여기서 합의금 산정방식을 얘기하며 출입국관리법 조항을 언급했는데,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재외동포(F-4비자, 일명 동포비자)는 '단순노무행위'를 할 수 없다"며 "단순노무행위를 할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단독] 화재참사 아리셀, 합의안에 "강제퇴거 대상" 적시).
고인들이 포장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단순 업무에만 종사하지 않았을 가능성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아리셀 측은 포장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단순 업무였기 때문에 불법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들이 포장이 아닌 용접이나 검수 등 다른 일을 했고, 포장 작업에는 간혹 지원 업무를 갔다고 증언한다.
죽기 전부터 존재가 사라진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