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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가보지 않은 자, 늙었다고 할 수 없다

영화 <아바타> 제작에 영감을 준, 한국인의 인기 관광지 중국 장가계에 가다

등록 2024.08.06 13:39수정 2024.08.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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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천문산 전경 천문산은 에스컬레이터와 케이블카가 있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
장가계 천문산 전경천문산은 에스컬레이터와 케이블카가 있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이율

人生不到張家界,百歲何能稱老翁.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으랴.

어디선가 특이한 억양의 우리말이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조선족 출신 가이드가 이야기한다. "우리 중국 사람들의 평생 소원은 전국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입니다." 참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는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를 유람하는 여행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평생의 소원'이 전국 투어라니... 아마 경제적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그들의 눈높이를 낮추었을 것이다.

그리 여겼던 필자는 지난 6월 장가계 여행을 온전히 마치고 나서야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한자의 우리말 독음인 장가계(張家界)로 익숙한 장자제(Zhangjiajie) 시는 중국 남쪽 양자강 부근의 후난성(湖南省)에 속한다.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법적 지위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초지자체인 '시'에 대응될 것이다. 그러나 인구 170만여명에 면적이 9,518km²이나 되어 규모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광역지자체인 '도'에 견줄 수 있다(전라남도 12,362.3㎢, 179만명).


이곳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망고와 파인애플 등의 아열대 작물이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한술 더 떠 "장가계는 돼지고기도 아주 맛있어서 제주도 돼지와 비길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고 한다. 지역관광산업의 큰 손인 한국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긍심을 함께 표현하는 그들의 지혜로움(?)이 참 재미있다.
공중전원 필자는 비교적 굉장히 좋은 날씨에서 관람한 편에 속한다.
공중전원필자는 비교적 굉장히 좋은 날씨에서 관람한 편에 속한다.이율
아바타봉 천자산 일대에 위치한 아바타봉으로, 영화 아바타의 제작에 영향을 주었다.
아바타봉천자산 일대에 위치한 아바타봉으로, 영화 아바타의 제작에 영향을 주었다.이율

이 신비로운 지역 장가계는 예로부터 무릉도원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크게 '인기 관광지인 양가계와 원가계, 공중전원, 보봉호, 아바타봉 등이 위치한 천자산 일대'와 '절벽 잔도와 천문동으로 유명한 천문산 일대'로 나눌 수 있고, 아직 개발되지 못한 수려한 풍경의 관광 예정지도 많다.

다만 일 년에 280일 이상 비가 오고 그에 따라 안개가 많은 탓에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온전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므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는 것이 좋다.
보봉호 보봉호에서는 기와집 모양의 유람선을 타며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
보봉호보봉호에서는 기와집 모양의 유람선을 타며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이율
보봉호 유람선을 타고 깊숙이 들어가면 노래를 불러주는 현지인이 있다.
보봉호유람선을 타고 깊숙이 들어가면 노래를 불러주는 현지인이 있다.이율

필자는 천자산 인근에 다다라 물어물어 등반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나서야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참을 걸어 올라 비로소 공중전원과 아바타 봉을 비롯한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색적이고 장엄한 풍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것이 필자를 압도해 몇 분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사진에 풍경을 담을 수 있었고, 잠시 동안 사색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런 천하절경(天下绝景)을 보고 자라면 누군가는 천하를 움켜쥐리라 야망을 품게되고 또 어떤 이는 깨달은 바가 있어 학문을 하며 신선이 될 터이니 참으로 인류사의 보배가 아닐 수 없겠구나.'

춘추전국시기, 항우와 유방의 초한쟁패기, 유비와 조조 그리고 손권의 삼국전투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장가계를 비롯해 중국 전역의 천하절경을 보며 꿈의 싹을 틔웠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난세에 영웅과 현자가 등장했던 것이리라.


그 때문인지 현재에 이르러서는 노인들이 삶을 돌아보려 말년에 주로 찾게 되는 이 험준한 곳에 어린 자녀를 데려오는 중국 부모들이 종종 눈에 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자녀를 꼭 끌어안고 멀리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았을 때 확신이 들었다. 분명 저 너머에 있는 원대한 이상을 자녀에게 일깨워 주고, 꿈을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천문산 귀곡잔도 중국에는 흙이 아닌 돌산이 꽤 많아, 사람의 등반이 어려워 인위적으로 잔도를 만들어 길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문산 귀곡잔도중국에는 흙이 아닌 돌산이 꽤 많아, 사람의 등반이 어려워 인위적으로 잔도를 만들어 길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율
천문산 정상의 천문동 바위 윗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원형 형태의 현재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천문산 정상의 천문동바위 윗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원형 형태의 현재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율

천문산은 산세가 험준하여 직접 등반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정상에 오른 뒤에 정상 일대의 둘레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산 자체가 암석 위주로 구성 되었기 때문에 원래는 사람이 다닐 수 없지만 잔도(절벽 표면에 구멍을 뚫고 철기둥을 꽂아넣은 뒤에 그 위에 강화유리 내지 시멘트로 길을 만드는 방식)를 놓아 오늘날에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관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잔도를 걷다보면(특히나 유리잔도) 높이 탓에 너무 아찔하여 사람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과연 이 잔도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안전한지 누구에게나 의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필자 역시도 처음에는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잔도를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 앞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지나가도 무탈한 장면을 목도하고 나니, 초한쟁패기 당시 유방이 파촉지방으로 낙향하며 항우를 안심시키기 위해 잔도(棧道)를 불살랐다는 고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잔도 시공의 역사가 수천 년간 누적된 중국의 기술력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있다.

그렇게 고생 끝에 천문동에 도착했고, 수 많은 한국과 중국인 관광객 속에서 사진으로 추억을 아로새기며 일정을 마쳤다. 서양에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이 있다면, 동양에는 장가계(張家界)가 있다.
천문산과 천문동 전경 천문산에는 새가 없는데, 그 이유는 벌레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문산과 천문동 전경천문산에는 새가 없는데, 그 이유는 벌레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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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장자제 #아바타봉 #천문산 #천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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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여행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깨우치는 기행전문 기자 겸 작가입니다. 기행과 지역 소식을 함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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