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의 분수. 물을 채워 기껏 하는 짓이 분수를 쏘는 일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물을 가둬 기껏 하는 일이 분수를 쏘는 것이다. 하천 가운데 분수가 올라오게 한 것인데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보면 좋기만 할까? 자연미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데 말이다.
반면에 보가 열릴 때가 있다. 큰비가 오거나 장마기에는 보를 열어둔다. 그러면 신천이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 신천 바닥은 흔히 청석이라 하는 바위로 되어 있다. 일부 모래층도 있으나 대부분 청석으로 되어 있어 보를 열게 되면 낮은 물길이 청석 위를 세차게 흘러가는 구조다.
그러면 백로와 왜가리, 오리 같은 새들이 찾아온다. 와서 낮은 물길의 신천에서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얀색 백로가 가느다란 다리로 재빠르게 움직여 물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진기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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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의 백로들 신천에 수중보를 열자 백로들이 떼로 몰려 왔다. ⓒ 정수근
반면 왜가리는 물 위의 성자처럼 부동의 자세로 묵묵히 오래 기다리다 한방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오리들은 얼굴과 부리를 연신 물속에 박고 조류 같은 먹이를 열심히 뜯어 먹는다. 그 옆을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영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운이 좋은 날은 이른 아침이나 일몰 무렵 수달을 만날 때도 있다. 보가 열려 있는 며칠 전 수달 가족이 오후 늦게 신천에서 잉어 사냥을 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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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의 수달 늦은 오후 신천에서 수달이 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 정수근
이것이 살아있는 하천이 모습이다. 수중보만 열면 이런 모습이 연출된다. 그래서 지금처럼 장마기에는 신천이 제법 하천다운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수중보가 다 열려 있기 때문에. 이처럼 항상 수중보를 열어두면 안될까?
신천의 수중보를 열자
얼마 전 같은 질문을 대구시 하천과 담당자에게 했다. 돌아온 답은 "신천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표고차가 커서 수중보를 열게 되면 강물이 다 쓸려 내려가 버려서 신천이 건천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들어보면 그럴듯한 설명처럼 들린다. 그러나 과연 현실도 그럴까? 지난 장마기부터 장마가 끝난 두어 달가량 신천을 지켜봤다. 물론 그 전에도 계속 신천을 모니터링해왔던 경험까지 합쳐서 이야기해보면 보를 연다고 해서 건천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