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모전욕)케이블카 안에서 만리장성을 바라 본 모습
이율
인천공항에서 베이징은 항공기로 불과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짧은 거리인 만큼 항공료도 저렴한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고, 눈 깜짝할 새 도착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난 뒤, 버스를 타고 만리장성으로 향했다.
만리장성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다. 어디가 되었든 베이징 시내에서는 두 시간 이상 소요되는 외곽 지역이라, 관광객들이 주로 많이 찾고 있는 팔달령(八達嶺) 지역이 아닌 한산한 모전욕(慕田剝) 지역으로 정했다.
버스에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그들의 행색과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영어를 들어보니 만리장성 성곽을 모두 걸어서 완주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편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경관을 보려고 했는데, 그 넓은 구간을 걸어서 완주하려는 그들의 도전정신 앞에 잠시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모전욕 만리장성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케이블카에 탑승해 산을 한참 올라 드디어 만리장성에 발을 디뎠다. 어떤 중국인 할아버지가 라디오로 전통 음악을 틀어 놓고 앉아서 쉬고 계셨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의 궁합이 잘 맞아 여러가지 생각에 깊게 빠져들게 되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전율이 흘렀다. 그렇게 눈 앞에서 한바탕 생생한 전투가 몇 분 동안 펼쳐진다.
산세가 험준한데 성까지 쌓아 놓았으니, 제작 당시로서는 외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으로 보였다. 전투 중 안전하게 활을 쏠 수 있도록 중간중간 여백을 둔 점과 성벽을 여러겹으로 두텁게 쌓아 내구성에 신경을 쓴 부분도 인상 깊었다. 화살만 충분하다면 수 십만 대군도 너끈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