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대표적인 야경으로 꼽히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모습
이율
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어김없이 자극적인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찔러온다. 매운 카레 가루의 향과 비슷하지만 더 지독한 편이라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잊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걸어본다.
건물마다 외벽에 촘촘히 매달려 있는 엄청난 숫자의 에어컨 실외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기하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기괴해 보인다. 환 공포증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그 옆에 시공 중인 건물은, 금속이 아닌 대나무를 지지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무너질까 염려되어 다른 길로 돌아가지만,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홍콩 여행의 첫 날은 유쾌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피할 수 없어, 좀처럼 여행 기분이 나지 않았다.
지난 5월에 도착한 홍콩은 선선하지만 때로는 덥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날씨로, 여행의 시작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현지인들도 옷차림이 각양각색이었다. 또 영어를 쓰다가도 광둥어(중국어 방언)를 사용하며, 현대적인 고층 빌딩들 사이로 20세기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도시 자체가 양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점이 큰 특징이었다.